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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천명관 감독 데뷔작 ‘뜨거운 피’ 23일 개봉

소설가 천명관 감독
“부산 하면 건달이 자연히 떠오를 만큼 관련 영화가 많지만, ‘뜨거운 피’는 그중에서도 밑바닥 세계 사람들의 치열한 생존기입니다.”

오는 23일 개봉하는 영화 ‘뜨거운 피’는 소설가 천명관의 감독 데뷔작이다. 2004년 소설 ‘고래’로 탁월한 이야기꾼의 면모를 보여 준 작가는 누아르 영화를 통해 염원하던 영화계에 출사표를 던졌다. 동료 작가 김언수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17일 화상으로 만난 천 감독은 “보통 조폭 영화에서 검은 양복을 입은 주인공들이 검은 고급 승용차를 타고 몰려다니는 모습이 공허하게 느껴졌다”며 “거대한 조직이 아니라, 아무것도 없는 ‘똥밭’ 같은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싸우는 남자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1990년대 초 부산 변두리 작은 포구인 구암을 두고 벌어지는 밑바닥 건달들의 얘기다. 평생 건달로 남 밑에서만 일한 희수(정우)가 더 큰물로 가기 위해 방해되는 인물들을 제거하면서 괴물이 되는 과정을 담았다. 천 감독이 원작에서 주목한 건 부자 관계로 얽힌 인물들이 죽고 죽이는 스토리다. 그는 “그리스 신화의 오이디푸스 비극과 같은 원형적인 얘기의 힘이 느껴졌다”며 “인간의 밑바닥, 실존의 극한과 허무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영화 ‘뜨거운 피’의 한 장면. 이 작품을 통해 데뷔를 앞둔 천명관(아래) 감독은 “여기까지 오는 데 우여곡절이 많았다”며 “신인 감독으로 영화를 만들게 됐다는 게, 인생이 참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소감을 밝혔다.<br>키다리스튜디오 제공
젊은 시절 영화 감독을 꿈꾸며 충무로에 발을 내디뎠으나 번번이 거절당하고, 시나리오 작가로 일하다 소설가로 먼저 ‘뜬’ 그의 이력은 유명하다. 30년 만에 드디어 첫 연출을 맡은 소감에 대해 그는 “영화가 나오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다. 기대도 설렘도 크지만 아직은 정신이 없다”며 “모든 등장인물의 배경, 경험을 친절히 쓸 수 있는 소설과 달리 영화는 딱 2시간 안에 이야기를 풀어내는 장르라는 점을 뼈저리게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발버둥 치는 날것, 퍼덕이는 생선 같은 남자들의 얘기”라는 감독의 설명에 맞게 영화는 희수 개인의 인생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하류 인생을 살던 주인공이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분투한다는 스토리는 기시감에 흥미가 떨어지고, 건달 특유한 비장함은 관객에게 충분히 와닿지 않는다. 여성을 소품처럼 주변화, 도구화하는 설정도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이에 대해 천 감독은 “남초 한국 영화계를 비하하는 ‘알탕 영화’라는 말이 있는데, 우리 영화도 그 범주인 것 같다. 한계는 인정한다”면서도 “90년대라는 시대 설정을 반영하다 보니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 다른 작품에선 그런 비판까지 염두에 두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나갈 테니 잘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119분, 15세 관람가.


김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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