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남규리(25)는 흥분의 연속이다. 오는 3월 방송되는 SBS ‘인생은 아름다워’의 스무살 막내딸 양초롱 역에 캐스팅됐을 때부터 시작된 떨림이 최근 SBS일산제작센터에서 열린 첫 촬영까지 이어져 우황청심환을 먹을 생각까지 했다. 다행히 청심환을 먹지 않고도 긴 대사를 무리없이 소화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안방극장 시청자들에게 첫 선을 보일 날을 맘졸이며 기다리고 있는 남규리를 만났다.
지난해 연기자의 꿈을 위해 그룹 씨야를 탈퇴한 뒤 전소속사로부터 고소를 당하는 등 맘고생이 심했던 남규리는 올해 초 고소 취하와 함께 본격적인 연기활동에 날개를 달았다. 영화 ‘고사:피의 중간고사’를 찍은데 이어 두번째 연기 도전이지만 드라마는 첫 도전이라 떨리는 마음이 가득하다.
게다가 첫 드라마에서 김수현 작가를 만났다. 김수현 작가는 드라마계의 미다스의 손으로 손대는 드라마마다 속속 대박을 터트리며 출연배우들을 스타급 반열에 올려놓기로 유명하다. 김수현표 드라마에 입성한 기대감이 클 법 하다.
“사실은 기대할 여유가 없어요. 대본을 보기전에는 너무 하고 싶었는데 막상 받고나니까 걱정돼 잠을 못잘 정도였어요. 하루 종일 드라마 생각해요. 혼자 멍하니 중얼거릴 때도 있어요. 오죽하면 저희 집 강아지가 제가 무서워서 가까이 오지 않을 정도예요. 흥분하는 장면을 연습하니까 막 짖더니 나중에는 제 근처에 안오더라구요. 또 언니가 그러는데 제가 자면서 막 대본을 연습하더래요.”
김해숙. 김상중 등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은 물론 김수현 작가. 정을영 감독까지 세심하게 연기 지도를 해줘 든든하다. 선배들의 조언을 가슴에 새기며 대본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읽고 또 읽는다.
“첫 리딩 때를 잊을 수가 없어요. 쟁쟁한 선배님들이 모인 자리에서 제 대사를 읽으려니 너무 긴장돼 화장실을 들락날락했어요. 작가님과 선배님들께서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하라고 해서 그대로 했더니 조금 나아졌어요. 시선처리며 목소리 톤 등 고쳐야할 부분이 아직 많지만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요.”
남규리가 맡은 양초롱 역은 재혼 가정의 막내딸로 낙천적이고 해맑은 성격의 소유자다. 양초롱 역을 맡고 나서 배역에 몰입하다보니 평소 성격까지 저절로 밝아졌다는 그다.
“밝은 기분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아침 일어나서 아침을 챙겨먹고 밝은 노래를 들어요. 또 초콜릿을 가지고 다니며 기분이 가라앉을 때마다 먹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즐거운 기분을 유지해요.”
◇노래는 인생을 함께 하는 친구같은 존재
지난해 남규리는 부쩍 성숙해졌다. 연기자가 되겠다는 생각 하나로 버텼다. 왜 그렇게 연기가 하고 싶었을까?
“연기가 왜 하고싶냐면 열정 때문이에요. 연기할 때. 감독님의 OK사인이 떨어질 때 가슴이 끓어오르거든요. 마음 속에 뜨거운 무엇이 느껴질 때마다 그걸 연기로 표현하고 싶어요.”
떠나온 노래가 아쉽지는 않을까? 선뜻 “노래를 떠나지 않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노래는 제게 일상이에요. 매일 노래와 함께 하는걸요. 속상할 때도. 즐거울 때도. 감정조절이 필요할 때도 항상 노래해요. 촬영에서 애절한 감정을 표현해야 할 때는 김범수의 ‘보고싶다’나 박봄의 ‘유앤아이’를 불러요. 그러면 금세 감정이 올라와요.”
“노래는 일상에 함께 하는 친구같은 존재”라는 남규리는 지난해 아이비의 새앨범 ‘안돼요’에 작사가로 참여하기도 했다.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곡을 쓰고 싶은 꿈이 있다.
마음이 힘들 때는 2007년 233m의 마카오 타워에서 번지점프에 성공했던 때를 떠올린다. 세계에서 두번째로 높다는 그 번지점프대에서 뛰어내린 남규리는 심장이 멈출 것 같은 고통을 견뎌낸 뒤 그 어떤 어려움도 다 견뎌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 때의 경험이 힘들 때마다 큰 도움이 됐다.
“지금도 의기소침해질 때면 번지점프 할 때의 동영상을 보면서 용기를 얻어요. 극한을 극복한 경험이 용기를 주는 것 같아요. 살아가면서 아픔을 가슴속에 응어리로 안고 살 것인가. 버리고 다시 시작할 것인가 생각할 때도 번지점프때의 기억이 도움이 됐어요.”
꼭 하고 싶던 연기자의 길로 접어들었으니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크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욕심을 내지는 않을 작정이다. 잘하겠다고 욕심을 내면 오히려 부자연스러울 듯 해서다.
“열심히 해야하지만 너무 열심히 하려고 욕심내면 몸에 힘이 들어가고 대사에도 힘이 들어갈 것 같아요. 힘을 빼고 다른 배우들과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그래서 시청자들께서 편안한 마음으로 지켜보다가 흐뭇하게 웃을 수 있는 그런 연기를 하고 싶어요. 양초롱 쟤 귀엽네. 이러면서요.”
김영숙기자 eggrol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