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괴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파괴된 사나이’(감독 우민호)에서 딸을 유괴당한 목사 주영수 역을 맡은 배우 김명민은 15일 서울 신문로의 한 카페에서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최근 발생한 대낮 초등학생 납치 성폭행 사건 얘기가 나오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유괴범 가운데 상당수는 아무리 교화를 하고 치료를 해도 다시 범행을 저지릅니다. 어떤 처벌로도 부족하죠. 자식을 가진 부모라면 심정이 다 비슷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에겐 일곱 살 난 아들이 있다.
영화에서 그는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가진 목사였다. 딸이 납치당한 충격으로 신앙을 내팽개치고 타락의 길을 걷다가 8년이 지난 뒤 딸의 생존 사실을 알게 되고 범인을 찾아 나선다.
식물인간이 된 아내의 산소호흡기를 떼어내고 보험금을 받아내 딸을 찾기 위한 돈을 마련하는 극단적 선택도 마다하지 않는다.
아내의 생명줄을 끊고 ‘사적 응징’에 나서는 주인공 주영수의 선택에 김명민은 120% 공감한다고 말했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라 캐릭터를 이해하기가 더 쉬웠어요. 딸을 찾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선 아마 다른 선택이 없었을 겁니다.”
유괴 영화는 부모들 특히 엄마들이 보는 걸 부담스러워 하지만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역할을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파괴된 사나이’는 범행 자체가 아니라 목사인 주인공을 내세워 사건 발생 이후 피해자와 가족이 겪는 고통과 후유증을 그렸다”며 “아이를 찾는 해피엔딩으로 끝나기 때문에 부모들도 편한 마음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드라마 ‘하얀 거탑’의 천재 외과의사 ‘장준혁’,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 ‘불멸의 이순신’의 이순신 등 주로 격정적 성격의 배역을 고집하는 것을 두고 “고통을 많이 느끼는 만큼 그 역할에 빠져들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연기는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는 것이기 때문에 단순하고 평면적인 캐릭터를 맡고 싶지는 않다. 아주 복합적인 감정을 자유자재로 요리하는 게 재미있고 성취감도 있다”고 했다.
스크린 밖의 모습을 묻자 “극중에서처럼 호통을 치면 아마 아들이 패닉 상태에 빠질 것”이라며 웃음을 터뜨린 뒤 “실제로는 굉장히 평범한 스타일”이라고 소개했다.
바쁜 시간을 쪼개 아이를 데리고 허브농장에도 놀러 가고 바닷가에 가서 조개구이도 먹는다. 두 부자가 살을 부대끼며 함께 목욕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이벤트라고 한다.
이번 영화에서 목사 역을 맡은 그는 실제로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김명민은 “연기를 하게 된 것, 여기까지 온 것 모두 감사할 뿐이다. 지금까지 배역 중에 가장 마음에 들고 애착이 가는 게 주영수 역이다. ‘파괴된 사나이’가 관객들 마음에도 쏙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명민은 8월 촬영에 들어가는 ‘조선명탐정 정약용’(감독 김석윤)에서 주인공 정약용 역을 맡아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에 이어 영화에서도 사극에 도전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