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듯 ‘원작 드라마 흥행 불패 신화’에 급제동이 걸린 것은 올해 초.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100억원의 제작비를 들인 MBC 주말 드라마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가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을 거두면서 조짐이 나타났다. 뒤이어 소설을 원작으로 한 SBS 드라마 ‘커피하우스’도 한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고 조용히 물러나야 했다. 방송 관계자들은 이 같은 성적 부진이 인쇄 매체와 영상 매체의 문법 차이에서 빚어진 것이라고 지적한다. 시·공간의 제약 없이 독자의 상상력을 무한대로 자극하는 만화나 소설과 달리 드라마는 이를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제작비나 촬영 기간의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허웅 SBS 드라마국장은 “드라마가 편집이나 연출의 묘미로 원작의 맛을 살리기도 하지만, 드라마 구조에 맞추기 위해서 혹은 제작비나 제작기간 제약 때문에 등장인물 수를 줄이거나 공간적인 한계를 드러내는 경우도 있다.”면서 “독자들이 원작에 대해 갖고 있는 수많은 이미지를 하나의 드라마 톤으로 전달한다는 것은 사실 마이너스적 요소가 더 많다.”고 털어놓았다. 만화적 상상력과 감수성을 드라마로 옮기는 과정에서 현실감을 잃거나 지나치게 과장돼 대중과 거리감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대본, 연기, 연출 모두 보다 더 세밀하고 치밀한 준비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드라마 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원작의 인기와 유명세만 믿고 제작하다가는 대중의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면서 “한국적 정서에 맞는 드라마 내용은 물론 원작을 효과적으로 재구성하는 각본과 연출 등 새로운 창작물로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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