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승하고 10여 일이 지났는데 하루 2-3시간 잔 것 같아요. 스케줄이 밤 9-10시에 끝나면 인천 집으로 귀가했고 새벽에 끝나면 엠넷이 마련해준 숙소에서 눈을 붙였어요.”
그러나 그는 이제 일련의 환경에 몸을 적응시켜야 한다. 그는 4일 첫 음반을 온라인에 공개하고 가수로서 첫발을 내딛는다.
15일 오프라인에서도 발매될 이 음반에는 조영수가 작곡한 ‘언제나’를 타이틀곡으로 ‘하늘을 달리다’ ‘행복한 나를’ ‘마이 하트(My Heart)’ 등 ‘슈퍼스타K 2’ 때 부른 곡들이 담긴다.
최근 우승 상금으로 세금을 뗀 1억9천여 만원을 수령했다는 그에게 ‘슈퍼스타K 2’ 이후의 얘기를 들어봤다.
--우승 상금으로 뭘 했나.
▲아버지가 은행 대출 등을 못 갚아 신용불량자였는데 그 빚을 해결했다. 나와 형도 휴대전화 미납금을 냈다. 나머지는 통장에 넣어뒀다.
--음반기획사들로부터 영입 제의도 많이 받았을텐데.
▲나를 비롯해 함께 출연한 동료들도 아직 기획사를 정하진 않았다. 엠넷미디어가 각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공모를 통해 기획사들과의 만남을 주선해주는 걸로 안다. 난 기획사의 크기보다 꾸준히 내 노래를 만들어줄 곳에 가고 싶다.
--이제 환풍기 수리는 안 하나.
▲친구 아버지가 사장인 작은 회사에 다녔는데 친구는 소장이었고 나는 대리직이었다. 친구의 오른팔 역할을 했다. 난 세상을 현실적으로 바라본다. 내가 가수로서 위로 올라갈 수도 있고 반짝 조명 후 내려갈 수도 있다. 환풍기 수리 기술을 갖고 있다는 것도 마음 한켠에 안심이 된다. 나중에 다시 간다면 그 친구가 받아주지 않을까. 하하.
--요즘 정계, 종교계까지 ‘슈퍼스타K 2’를 거론한다. 중졸 학력에 어려운 가정환경이 부각되며 우승자 허각은 ‘공정 사회, 서민정책의 모델이 됐다’고도 한다. 이러한 세상의 조명이 부담되진 않나.
▲힘든 세상이니 내 삶을 진심으로 이해해주신 것 같아 감사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겪은 일들을 얘기했을 뿐인데 어느 쪽에선 불쌍히 여기고, 다른 쪽에선 설정으로 보더라. 똑같이 봐주면 좋은데 사람들이 너무 다양하게 생각하니 속상한 부분도 있다.
--요즘 많은 연예인들이 인터뷰 때마다 ‘슈퍼스타K 2’ 얘기를 한다. 우승 후 여러 스타들을 만나며 어떤 조언을 들었나.
▲내가 처음 1등 한 노래 자랑대회에서 사회를 봐주신 인연이 있는 개그맨 이수근 형은 자주 전화통화를 하는데 ‘죽어도 초심을 잃지말라’고 하신다. ‘슈퍼스타K 2’ 제작진도 ‘너희들도 시간이 지나면 변하게 돼 있다’고 하던데 절대 안 그럴 것이다. 지금보다 외형이 변하고 생활이 부유해지겠지만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분들의 은혜를 죽어도 잊지 않으며 살 것이다.
--’슈퍼스타K 2’란 프로그램이 스타 재목을 뽑았다고 생각하나, 가창력이 우수한 가수를 뽑았다고 생각하나.
▲톱 3만 남았을 때부터 ‘난 집에 간다’는 생각으로 시청자 문자 투표와 심사는 신경 안 썼다. 무대에서 놀다 가겠다는 생각으로 즐겼다. 그런데 우승을 했다. 생각해보니 ‘내가 스타 재목이 아닌데 왜 뽑혔지. 가창력만으로 뽑은 것인가’란 의문도 들더라. 하지만 ‘나의 힘든 스토리 덕에 문자투표가 많았기 때문이다’ ‘존박을 이긴 건 반전이다’는 말들에는 좀 서운했다. ‘왜 사람들은 내가 1등을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을까’란 생각도 들었다.
--심사위원이던 이승철, 윤종신 씨를 비롯해 일부에선 음색이 평범하다는 지적과 외모도 스타성이 부족하다는 말을 한다. 가수로 성공할 것 같나.
▲감정의 기복이 심한데, 솔직히 지금은 하루하루 생각이 달라진다. 밖에서 ‘노래 잘한다’는 칭찬을 들으면 실력있는 가수가 되겠다는 의욕이 생기다가도, 인터넷에서 악성 댓글을 보면 ‘여기까지인가’란 체념도 든다. 빨리 그 세계에 들어가 겪어보고 싶다. ‘시월에 눈 내리는 마을’ 공연 때 함께 한 신승훈 선배님도 ‘너희들에게 아무리 얘기해봤자 소용없어, 빨리 겪어봐’라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많은 분들께 지적당한 부분은 고쳐나가려고 애쓸 것이다.
--’슈퍼스타K 2’ 내내 여자 친구가 객석에서 응원했는데 공개한 걸 후회 안하나.
▲여자 친구의 존재가 내 가수 활동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떳떳이 밝혔으니 잘 만나고 싶다.
--3살 때 부모님의 이혼으로 어머니와 헤어져 살았는데 최근 어머니의 편지를 받고 눈물을 흘렸다고 들었다.
▲태어나서 어머니께 처음 받은 편지였다. 며칠 전에 어머니와 전화 통화를 했고 만나기로 했다. 4년 전 명절 때 어머니와 30분 만난 이후 처음이다. 나와 형을 키운 고모는 가끔 서운함을 토로하는데 난 한번도 어머니를 원망해본 적이 없다.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다.
--이달 말 마카오에서 열릴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 무대에 오른다. 공항 출입국 때 직업란에 뭐라고 쓸 것인가.
▲그때는 내 음반이 나온 이후이니 가수라고 써도 되지 않나. 하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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