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이 여자가 김태희고, 전도연이다.”라고 외치는 까칠한 재벌2세 김주원(현빈)과 “삼신 할머니 랜덤 덕에 부모 잘 만나 세상 편하게 사는 남자와는 놀 주제가 못 된다.”고 받아치는 길라임(하지원).
그렇고 그런 신데렐라 스토리로 갈 뻔한 드라마는 직설적으로 표현되는 로맨틱한 대사와 지극히 현실적인 반응 사이에서 두 인물의 로맨스를 긴장감 있게 잡아낸다. ‘삼식이’에서 ‘까도남’(까칠하고 도도한 남자)으로 업그레이드된 현빈과 어떤 역이든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하지원의 연기력은 이들의 로맨스에 묘한 설렘을 더한다.
보이시한 매력의 여주인공을 연기하는 하지원은 “시나리오도 좋고 현장 분위기도 좋지만, 설렘을 느끼게 하는 것이 ‘시크릿 가든’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오스카 역을 맡은 윤상현은 “첫눈에 반한 남녀의 두근거리는 감정을 섬세하게 잡아내는 연출력이 긴장감의 원천”이라면서 “오스카는 그런 긴장감을 풀어주는 존재다. 쥐었다 풀었다 하는 매력이 있는, 첫사랑을 기억나게 하는 드라마”라고 설명했다.
‘까도남’ 캐릭터로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삼식이’라는 별명도 이때 붙었다)이후 5년 만에 전성기 때의 인기를 회복한 현빈은 “주위에서 ‘김삼순’ 때보다 더 좋다고들 해 놀랐다.”면서 “그때는 아무것도 없던 시절이었고, 지금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상태여서 그런지 책임감이 느껴진다.”고 털어놓았다.
대사 못지않게 ‘손발이 오그라드는’ 장면들도 드라마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배우들은 주원과 라임의 ‘윗몸일으키기’ 장면을 최고로 꼽았다. 주원이 윗몸일으키기 훈련을 하면서 자신의 발을 잡아주는 라임의 코 앞까지 얼굴을 들이대며 마음을 간접적으로 고백하는 장면이다.
하지원은 “그 장면을 찍을 때 실제로 살짝 설레였다. 주원이 ‘길라임씨는 언제부터 그렇게 예뻤나’라고 말하는데 그 대사도 너무 좋았다.”면서 함박 웃음을 지었다.
●영혼 바뀌는 판타지에 코믹코드까지 중무장
또 하나의 인기 비결은 주원과 라임의 영혼이 뒤바뀌면서 빚어내는 판타지다. 오세강 책임 프로듀서(CP)는 “한동안 판타지가 뜸했는데, 희소성이 인기에 큰 작용을 한 것 같다.”면서 “성별은 물론 계층 간의 이동에서 오는 코믹 요소도 기존 멜로와의 차별화를 끌어냈다.” 고 자평했다.
‘파리의 연인’ ‘온에어’ ‘시티홀’ 등을 잇따라 히트시킨 김은숙 작가는 ‘시크릿 가든’에 로맨틱 판타지 장르를 차용함으로써 식지 않는 감각을 과시했다. 배우들은 판타지 연기의 재미와 어려움을 동시에 털어놨다.
원래 판타지를 좋아해서 몸이 바뀌는 상황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다는 하지원은 “막상 촬영을 시작하니 훨씬 고민이 되고 힘들어서 비록 다른 사람들이 허구라고 생각할지언정 최대한 오버하지 않고 진지하게 연기하려고 노력했다.”면서 “스트레스 때문에 남자로 바뀌는 꿈까지 자주 꾸지만 굉장히 재미있게 찍고 있다.”고 말했다.
촬영 현장에서 현빈의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꼼꼼히 뜯어 본 하지원은 녹화 필름을 돌려보며 현빈의 표정, 눈빛, 팔짱끼는 모습, 말투 하나하나를 연습했다고 한다.
현빈은 “한쪽 입꼬리를 무의식적으로 올리거나 기분 나쁜 웃음을 짓는 저의 모습을 하지원씨가 그대로 따라해 무척 놀랐다.”면서 “저의 경우, 라임의 본래 모습을 보여주면 또 다른 남자를 연기하게 될 것 같아 실제 라임이보다 여성스럽고 소녀같은 모습을 부각시켰는데 나중에 (연기 장면을) 모니터해보니 계산착오였다.”고 털어놓았다.
“워낙 바뀐 연기에 몰두하다보니 영혼이 제 자리로 돌아온 뒤에도 계속 상대방 말투로 대사를 하는 바람에 NG도 많이 냈다.”며 두 사람은 환하게 웃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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