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KBS 10여명. MBC 3~4여명 거론…대책마련 부심

스타급 지상파 예능 PD들이 잇따라 종합편성채널(종편)행을 택하면서 대규모 이동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현재 이적설이 나도는 인원만 해도 약 20명에 달하며 이들 스타 PD가 물꼬를 터놓은 만큼 종편 러시는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규모 이적설 ‘솔솔’ = 현재 종편행이 거론되는 PD는 KBS가 10~15명, MBC가 4~5명이다.

KBS의 경우 이미 영화 ‘조선명탐정’과 ‘올드 미스 다이어리’를 감독한 김석윤 PD가 중앙일보가 대주주로 참여하는 jTBC행을 확정 지었고 MBC에서는 ‘무릎팍 도사’ ‘무한도전’ 등을 기획한 여운혁 PD가 jTBC로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특히 여운혁 PD는 ‘예능 도사’라 불릴 정도로 MBC 예능국의 핵심 인력이었다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불똥은 ‘무한도전’의 김태호 PD에게까지 튀어 김 PD가 직접 트위터에 “지금은 ‘무한도전’을 떠날 수 없다”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최근 열린 MBC 노조 간담회에서 한 예능국 PD는 “예능국에 소위 에이스급이 10명 정도 있는데 그 중 3~4명이 나가는 셈”이라며 “중요한 건 한번 나가기 시작하면 계속 나갈 것이라는 점”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PD는 “후배 입장에서는 딱 일 잘하고 믿을 만한 선배들이 나가는 거다. 후배들은 정신적 공황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KBS는 간판 예능 프로그램 ‘해피 선데이’의 제작진이 이적설의 중심에 섰다.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프로인 만큼 종편과 케이블에서 적극적인 구애가 있었다는 후문이다.

이적설이 불거진 한 PD는 “작년말부터 제의를 받긴 했다”며 “여러가지로 고민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SBS에서는 아직 구체적인 이적 움직임은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스타급 PD가 거액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지만 회사의 만류로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돈 만이 다가 아니다” = 당초 종편행을 택하는 지상파 PD들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어차피 거액의 이적료는 소수 PD들에게 집중될 것이기 때문에 금전적 메리트가 아니면 안정적인 지상파를 버리고 종편행을 택할 이유가 적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능 PD들의 이적설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돈 외에 회사 분위기와 제작 여건 등이 예능 PD들의 종편행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주장이 노조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KBS 새 노조는 “KBS 예능 PD는 주인 눈치 보며 더부살이하는 객식구 같은 느낌을 받는다. 시청률 경쟁의 최전선에 놓여있지만 ‘공영방송다움’을 지켜야 하는 핸디캡이 있다”며 “잇단 관제성 특집과 불합리한 인사도 미래가 보이지 않게 한다”고 주장했다.

MBC 노조 역시 “매체 환경의 변화로 제작 인력에 대한 외부에서의 유혹은 날로 강해지는데 제작 인력에 대한 회사의 처우는 날로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력이 부족한 마당에 잇단 인력 유출로 일선 PD들의 업무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MBC 노조 관계자는 “예능 프로그램의 규모가 커지면서 업무량도 늘어 조연출이 많이 필요한데 인력은 그대로라는 게 PD들의 불만이다. 지금 예능국 조연출 대다수가 일하다가 한번씩 쓰러지거나 병원신세를 진 경험이 있다”고 전했다.

◇ 대책마련 부심 = 공교롭게 최근 KBS와 MBC는 경력직 예능 PD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냈다.

MBC는 지난 25일부터 채용 전형에 돌입했고 KBS는 27일부터 서류 접수를 받는다.

기존 인력의 종편행과 맞물려 이탈자를 메우기 위한 충원에 나선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지만 두 방송사는 만성적인 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며 조심스런 입장이다.

MBC 관계자는 “경력 예능 PD를 채용하는 일이 이례적이긴 하지만 워낙 제작현장의 인력이 달려서 충원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KBS 관계자는 “인력 구조조정에 따른 충원이긴 하지만 최근 종편행과 아주 무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귀띔했다.

대규모 이적설이 불거진 KBS는 전날 예능 PD들이 참석하는 총회를 개최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예능 PD협의회는 이직 사태로 촉발된 예능국의 문제 해결을 모색하기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앞으로 비대위를 통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경영진과 대화하겠다는 방침이다.

KBS 노조 관계자는 “다른 지상파에 비해 열악한 처우 때문에 종편이나 케이블의 제안에 특히 취약한 것 같다”며 “사측에서 해외연수나 교육기회를 확대하겠다고 말하지만 이미 마음이 떠난 이들을 잡을 만한 대책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인기기사
인기 클릭
Weekly Best
베스트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