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프로그램 출연진의 음원들이 4일 각종 음악차트 상위권을 장악하자 이 시기 신보를 출시하고 상위권 진입을 노렸던 가수들이 10위권 밖으로 밀려나고 있기 때문이다.
4일 멜론, 엠넷닷컴, 도시락 등 음악차트에는 지난 2일 ‘무한도전-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에서 방송된 ‘GG(박명수, 지-드래곤)’의 ‘바람났어’가 1위, ‘처진 달팽이(유재석, 이적)’의 ‘압구정 날라리’가 2위, ‘바닷길(바다, 길)’의 ‘나만 부를 수 있는 노래’가 3위 등 7곡이 모두 10위권에 포진했다.
또 3일 역시 MBC ‘우리들의 일밤’의 ‘나는 가수다’에서 방송된 박정현의 ‘겨울비’와 YB의 ‘빙글빙글’, 김범수의 ‘사랑하오’, 장혜진의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등이 20위권으로 뒤를 이었다.
음악사이트 관계자들은 “’무한도전-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의 경우 엄청난 수치의 일간 다운로드 매출 기록을 세웠다”고 귀띔했다.
반면 신보를 낸 가수들의 순위는 동시에 하락했다.
멜론, 엠넷닷컴 등에서는 투애니원의 ‘내가 제일 잘 나가’, 티아라의 ‘롤리-폴리(Roly-Poly)’, 2PM의 ‘핸즈 업(Hands Up)’, 현아의 ‘어 비터 데이(A Bitter Day)’ 등이 10위권 또는 20위권에 간신히 안착해 체면치레하는 선에 머물렀다.
당초 이런 사태를 우려해 한국연예제작자협회 등 가요 관계자들은 방송사들이 음원 장사에 나선다며 이를 저지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였으나 별다른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유일하게 KBS 2TV ‘불후의 명곡2:전설을 노래하다’ 만이 음반제작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출연 가수의 음원을 출시하지 않고 있다.
’불후의 명곡2’의 권재영 PD는 “출연진인 아이돌 가수는 음원 수입이 크게 차지해 프로그램 음원이 출시될 경우 아이돌 그룹에 타격을 줄 우려가 있어 방송 시작부터 이같은 방침을 세웠다”며 “그러나 시청자의 요청과 사장하기 아까운 음원들이 있어 기획사의 타격을 상쇄하는 선에서 음원을 선보이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오는 9월께 1위 곡만 모아 음반을 내는 방안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요계는 지상파 방송과 케이블 채널 등이 음악을 주제로 비슷한 형식의 프로그램을 만들 경우 이런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 솔로 남자 가수의 음반기획사 대표는 “각종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대중음악계 붐을 일으킨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정작 억대의 자본을 들인 창작 음반이 주목받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며 “방송사들은 ‘프로그램 다시 보기’ 등 각종 콘텐츠를 재활용해 수익을 거두면서 프로그램 시청률을 올리고자 손쉽게 만든 음원으로 장사까지 하는 셈”이라고 비난했다.
또 다른 기획사의 매니저는 “이제 ‘무한도전’과 ‘나는 가수다’ 등 각종 프로그램 음원 출시일을 피해 음반을 내는 가수도 생겨났다”며 “콘텐츠를 보유한 연예 권력이 세졌다지만 우린 여전히 방송사의 힘 앞에서는 약자이니 그러한 이유로 출연을 거부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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