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걸스 ‘텔미’ vs 소녀시대 ‘지’. 앞서거니 뒤서거니 라이벌 구도
2007년 8월 ‘다시 만난 세계’로 데뷔한 소녀시대. 같은해 2월 ‘아이러니’로 출사표를 던진 원더걸스는 데뷔 때부터 라이벌 구도를 형성해왔다. 가요계를 대표하는 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와 JYP엔터테인먼트. 가수 출신의 대표 프로듀서 이수만과 박진영이 내놓은 아이돌 걸그룹이라는 공통점 때문이었다.
원더걸스는 2007년 9월 발표한 복고풍 댄스곡 ‘텔 미’로 먼저 ‘대박’을 쳤다. 중독성강한 멜로디와 개성있는 춤은 전국에 ‘텔 미’열풍을 몰고왔다. 이듬해 6월과 9월 발표한 ‘소 핫’과 ‘노바디’ 역시 뜨거운 인기를 모으며 국내 최고 걸그룹으로 우뚝섰다. 반면 소녀시대는 데뷔곡에 이어 이승철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소녀시대’. 2008년 봄 발표한 귀엽고 상큼한 노래 ‘키싱 유’. ‘베이비 베이비’로 입지를 구축하다 2009년 1월 내놓은 후크송 ‘지’로 가요계를 단숨에 정복했다. 인기와 평단의 호평을 함께 얻으며 최정상의 자리에 오른 뒤 이후 ‘소원을 말해봐’. 지난해 ‘오!’와 ‘런 데빌 런’을 잇따라 히트시켰고 각종 가요시상식에서 대상을 휩쓸며 국내 연예계를 대표하는 톱스타로 등극했다.
◇팝의 본고장 미국 진출 결과는?
이후 두 그룹의 행보는 엇갈렸다. 국내 가요계를 정복한 원더걸스는 2009년부터 미국시장진출에 전력을 기울였고. 가요계는 소녀시대의 ‘독무대’가 됐다. 더 이상 오를 곳이 없어진 소녀시대는 지난해 일본에 진출해 오리콘차트를 휩쓸고 대형 단독 투어콘서트를 열면서 일본시장을 먼저 정복했다. 원더걸스가 아시아를 거치지 않고 바로 미국으로 넘어간 반면 소녀시대는 미국에 이어 세계 음악시장 점유율에서 2위를 달리고 있는 일본을 거쳐 드디어 미국시장에 입성하게 됐다.
미국 진출의 ‘선발주자’인 원더걸스는 히트곡 ‘노바디’로 2009년 10월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에서 한국가수로는 최초로 76위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세계적인 톱밴드 조나스 브라더스의 투어에 게스트로 참여했고. 최근에는 머라이어 캐리의 남편인 닉 캐논이 제작하는 TV용 영화 ‘원더걸스 앳 디 아폴로’의 주연을 맡아 촬영을 마쳤다. 차곡차곡 한단계씩 성장하고 있다.
소녀시대는 ‘후발주자’지만 단숨에 큰 일을 해냈다. 세계적인 팝스타 레이디가가. 에미넴 등이 소속된 인터스코프 레코즈와 손잡고 미국에 발을 내딛게 된 것. 한국 가수가 세계적인 메이저 레이블과 협력관계를 맺고 미국에 진출하는 것은 소녀시대가 사실상 처음이다. 팝시장에서도 소녀시대가 성장가능성과 상품성을 인정받았다는 방증이다. 2007년~2008년에 걸쳐 가요계에서 뜨거운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던 두 그룹을 내년부터는 미국의 팝시장에서 볼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은 흥미진진한 구도임과 동시에 높아진 K팝의 위상을 절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앞서 소녀시대와 원더걸스는 10월과 11월 나란히 가요계에 컴백해 맞대결을 펼친다. 소녀시대는 19일 정규 3집 음반의 타이틀곡 ‘더 보이즈’를 공개하고 활동에 돌입한다. 영화 촬영을 마치고 귀국한 원더걸스는 다음달 초께 신곡을 발표. 소녀시대와 오랜만에 한판 승부를 벌인다.
김상호기자 sangho94@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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