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표정한 얼굴. 무뚝뚝한 목소리. 게다가 뭔가 어두운 기운까지. 배우 박예진(30)이 맞나 싶을 만큼 낯선 변신이다. 영화 ‘미스터 아이돌’(라희찬 감독)을 통해 박예진은 배우 인생에서 가장 ‘센’ 캐릭터를 맡았다. 가요계 최고의 실력파 프로듀서이자 앞뒤 안 가리는 최고의 독설가인 오구주 역. 거침없는 직설화법의 소유자인 오구주와 SBS 예능 ‘패밀리가 떴다’에서 맨손으로 닭을 잡던 박예진은 얼마나 친해졌을까.
◇오구주 씨. 말하는 거 참 독하다!
독설가 프로듀서라는 점에서 박예진이 맡은 오구주는 ‘여자 방시혁’으로 홍보가 됐다. 정작 그는 MBC ‘위대한 탄생’을 못 봐 방시혁이 독설로 화제가 된 지도 몰랐다고 했다. “‘위대한 탄생’ 방송될 때 한창 촬영 중이었어요. ‘마이 프린세스’ 종영 다음날 바로 영화 고사를 지냈으니까요.” 홍보 문구에 적혀 있듯 오구주는 ‘심장을 후벼 파는 까칠한 독설가’로 그려진다. 왜 꼭 저렇게 말을 해야 하나 싶어 힘들었다고 했다. 실제의 그는 문자메시지를 보낼 때 줄임표를 몇 개 찍을까를 놓고 고민할 정도로 소심하다. “인물의 성격이 워낙 쉽지 않았어요. 표현방식이 참 남다르다고 할까. 하지만 마구 뱉는 게 아니죠. 속으로는 무척 생각이 많은 복잡한 캐릭터였어요.”
영화에서는 ‘패밀리가 떴다’에 함께 출연했던 배우 김수로를 비롯해 임원희. 지현우. 박재범 등 많은 남자 틈에서 홍일점이었다. “수로 오빠는 2년 만에 만난 거라 더 반가웠어요. 재범이는 음. 귀여워요. 첫인상보다 훨씬 호감 가는 타입이었어요.” 극 중 아이돌 그룹 미스터칠드런 리더 유진(지현우)이 오구주보다 늙어 보인다고 했더니 깔깔 웃었다. “실제로는 지현우 씨가 저보다 세 살 어려요. 제가 좀 어려 보이는 건 맞지만. 하하. 그리고 프로듀서가 꼭 가수보다 나이가 많아야 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드라마만 잘 됐다? 영화도 곧 터지겠죠!
드라마에 비해 영화에서는 아직 ‘박예진’하면 떠오르는 흥행작이 없는 느낌이라고 했더니 “드라마도 안 된 거 많은데. 잘 된 거만 기억이 나서 그럴 거다”라며 웃었다. 영화 데뷔작 ‘여고괴담2’(1999년) 이후 활동이 뜸했던 그는 2009년 ‘청담보살’을 시작으로 매해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소화하며 활동의 폭을 넓히고 있다. “영화를 본격적으로 한 지가 얼마 안 됐어요. 이제 시작이라고 봐도 될 것 같아요. 아무래도 드라마보다 훨씬 편안하고 호흡도 좋고. 재미를 느끼는 중이죠.”
아이돌을 소재로 한 영화에 출연하고 나니 케이블 엠넷 ‘슈퍼스타K3’도 흥미로워졌다고 했다. “극 중에 미스터아이돌이 기존 아이돌이 가지 않는 방식으로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거든요. ‘슈퍼스타K3’도 바로 그런 방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재밌더라고요. 특히 울랄라세션이 미스터아이돌과 비슷해서 애정이 가요.”
올해는 그에게 조금 특별한 해다. 지난 3월 동료배우 박희순과 교제 중임을 밝히며 공인커플이 됐다. 밝고 화사해진 얼굴이 보기 좋다고 했더니 미소가 돌아왔다. 특별한 연말 계획은 없을까. “연말 계획은 월동준비를 잘해야겠다는 거. 하하. 다음 작품을 준비하고 있어서 벌써 담요. 침낭. 핫팩 등등을 차에 잔뜩 쟁여놓고 있어요. 결혼은. 글쎄요. 집에서 그런 독촉은 안 하셔서 아직 생각 못해 봤어요.”
박효실기자 gag1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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