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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4일 서울아트시네마 기획전

법정영화가 매력적인 까닭은 사회적 약자들이 법을 무기로 불의와 맞서는 데서 대리만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마이클 만 감독의 ‘인사이더’(1999), 스티븐 소더버그의 ‘에린 브로코비치’(2000) 등에서 법정은 진실이 구현되는 공간이다. 항상 진실이 승리하는 건 아니다. 지난해 베를린영화제 화제작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2011)는 진실을 주장할수록 멀어지는 법의 한계를 드러낸다.

충무로의 사정은 어떤가. 돌처럼 굳어버린 배심원의 마음도 녹여버리는 변호인의 활약을 그린 상업영화들이 번성한 할리우드와 달리 한국에서는 흥행과 비평 모두 신통치 않았다.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도’(1991) ‘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1998) ‘인디언썸머’(2001) 등 법정을 소재로 한 영화들은 있었다. 그런데 피상적인, 혹은 지나치게 딱딱한 접근으로 호응을 얻지 못했다. 배심원제가 도입되지 않았던 데다 형사사건에서 변호인의 역할에 제약된 현실이 영화 소재로는 매력적이지 못했던 게다.

하지만 1997년 이태원 햄버거가게 살인사건 용의자에 대한 재수사를 12년 만에 이끌어낸 ‘이태원 살인사건’(2009) 등 실화 영화들이 만들어지면서 관객들은 물론, 사회적 반향을 끌어냈다. 오는 22일부터 24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리는 ‘한국 법정영화의 어떤 경향: 진실은 이 안에 없다’ 기획전은 최근 한국 법정영화의 결을 살펴볼 기회다.

‘이태원살인사건’과 ‘의뢰인’(2011), ‘도가니’(2011), ‘부러진 화살’(2011) 등 4편이 상영된다. 4편 모두 적어도 영화적으로는 진실이 법정에서 밝혀지지 않는다는 점이 흥미롭다. 지난해 이후 고조된 사법부에 대한 국민 불신과 맞물려 시사하는 바가 크다. 24일에는 ‘의뢰인’의 손영성 감독, 25일에는 ‘이태원 살인사건’ 상영 뒤 김성욱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와 시네토크가 마련된다. (02)741-9782.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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