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미더머니 4’ 우승…5개월된 아들 둔 ‘애아빠’ 래퍼

수많은 화제와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엠넷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4’가 지난달 막을 내렸다.

우승자는 이제 갓 서른을 넘은 ‘애아빠’ 베이식. 갓난쟁이 아들을 둔 그는 래퍼가 되기 위해 잘 다니던 회사에 사표까지 던져 방송 초반부터 주목을 받았다.

베이식은 위너의 송민호와 겨룬 결승전에서 1·2라운드 합산 결과 공연비 3천18만원을 따내 1천560만원을 모은 송민호를 압도적 차로 물리쳤다. 그는 우승자로 호명되자 약간 멍한 표정으로 ‘믿어지지 않는다’고 눈물을 보여 팬들을 울컥하게 했다.

베이식을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서 만났다.

베이식은 “다시 음악 할 기반을 찾으려고 나온 거라 본선에 가는 것만 목표로 삼았다. 그래서 우승을 기대하지 않았다”며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미소 지었다.

본명이 이철주인 그는 기본을 의미하는 ‘베이직’(Basic)과 죽여준다는 은어인 ‘식’(Sick)을 합성한 ‘베이식’(Basick)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한다. 랩의 기본에 충실하면서 최고의 래퍼로 활동하고 싶다는 포부를 담았다는 설명이 돌아왔다.

그는 2000년대 후반 언더그라운드 힙합그룹 ‘지기펠라즈’에 소속돼 활동하던 유망주였다. 그런 그가 28살의 나이에 결혼을 하면서 생계를 위해 힙합계를 떠났다. 그는 2년 동안 한 스포츠브랜드 회사 마케팅팀에서 일을 했고, 결국 래퍼의 꿈을 포기하지 못하고 ‘쇼미더머니’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베이식은 “제가 결혼할 때 취업과 음악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며 “그때 가족들이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걱정을 하셔서 결국 회사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주 유명한 언더그러운드 래퍼는 아니었지만 항상 미련과 아쉬움이 남았다”며 “회사에 다니면서 피처링도 하고, 공연도 했지만 음악에 전적으로 몰입할 순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런 그에게 레이보우브릿지월드(RBW) 소속 임상혁 작곡가와 래퍼들이 계속 손을 내밀었다. 그는 ‘쇼미더머니’ 방송 도중 RBW와 계약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많은 분들이 제가 ‘쇼미더머니’ 결승까지 오르니까 섭외가 된 거라고 아시는데 그게 아니에요. ‘쇼미더머니’ 나가기 전부터 저의 가능성을 봐준 회사에요. 아무것도 아닌 저에게 기회를 준거죠. (웃음).”

베이식에게 힙합을 어떻게 처음 접했느냐고 물으니 어렸을 때부터 듀스의 팬이라는 답이 들어왔다. 그는 미국 유학 시절 한국에 언더그라운드가 있다는 걸 듣고 싸구려 마이크와 오디오 카드를 샀다. 그리고 ‘리드머’라는 사이트에 힙합 자작곡을 올리기 시작했다. 거기서 스윙스, 크루셜스타, 이노베이터 등을 처음 만났다.

함께 ‘톱 4’에 올랐던 이노베이터에 대해서는 “많이 친하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이노베이터와 겨룬 팀 배틀전에서 가사를 틀렸는데도 불구하고 그를 이겨 눈길을 끌었다. 준결승전에서도 이노베이터를 큰 격차로 이겼다. 둘 사이가 나빠질 뻔 한데.

”랩에서 가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서 틀리면 영향이 막대하죠. 그래서 이기고도 찝찝했어요. 이노베이터도도 이길 거면 가사 실수하지 말고 이기라고 농담을 하더라고요. (웃음) 이노베이터랑은 워낙 친해요. 랩 잘하고 정말 좋은 친구에요.”

결승전 경쟁자였던 송민호는 어땠을까. 송민호는 지난 5일 ‘쇼미더머니’ 프로듀서와 출연자들이 함께 꾸민 콘서트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그는 “콘서트하고 민호한테 일본에서 연락이 왔다”며 “원래부터 잘 알던 친구다. 팀 활동 때문에 부득이하게 빠지게 됐다”고 했다. 그는 결승전 두번째 라운드에서 아버지와 자신 그리고 아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좋은 날’로 송민호를 압도적 차로 이기기도 했다.

”’좋은 날’을 ‘감성팔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감성팔이’는 하고 싶지 않았는데 그 자리가 아니면 아버지한테 그런 이야기를 할 기회가 없었어요. 아빠랑 아들이 다 그러잖아요. 그런데 막상 가사를 쓰려니까 할 말이 많아서 곡을 쓰기가 어려웠어요,”

그는 브랜뉴뮤직의 프로듀서 산이, 그리고 버벌진트와 함께 우승을 일궜다. 브랜뉴뮤직은 함께 한 베이식과 블랫넛을 ‘톱 4’에 올리면서 저력을 과시했다.

베이식은 “3~4개월 동안 방송이랑 별개로 계속 같이 있으니 형들과 정말 돈독해졌다”며 “산이 형은 새벽에 무대 영상을 보내주기도 했고, 진태(버벌진트 본명) 형은 ‘아임 더 맨’을 직접 써주며 자기 일처럼 신경 써줬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힙합뿐만 아니라 한국 가요의 팬이라며 어렸을 때부터 ‘가요톱 10’ 등을 즐겨봤다고 했다. 그래서 앨범을 내게 되면 힙합이란 장르에 국한하고 싶지 않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예전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했을 때 알았던 팬들이 요즘도 연락을 주세요. 그럴 때마다 오랫동안 사람들이 좋아해 주는 가수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개인적으로 다시 음악 한 것만 해도 너무 기뻐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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