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 올랐던 美·中·러·태국팀 파워 칼군무에 5만 관중 열광
유럽과 아시아, 미주 대륙에서 날아온 춤꾼들이 지난 4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을 뜨겁게 달궜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살아남은 러시아와 미국, 중국, 태국 등 4개 팀은 5만명이 모여든 월드컵경기장에서 주눅들지 않고 실력을 뽐냈다. 첫 무대를 꾸민 중국의 여성 3인조 그룹 ‘미니시스터’는 심사위원으로 나선 걸그룹 여자친구를 앞에 두고 여자친구의 노래 ‘유리구슬’에 맞춰 섬세한 안무를 선보였다. 또 미국 마이애미에서 온 자매 듀오 ‘D2’는 보이그룹 방탄소년단의 ‘불타오르네’ 등 빠른 비트의 곡을 배경으로 힘이 넘치는 무대를 연출했다. 결승 진출팀 가운데 유일한 남성그룹인 7인조 ‘디피 그루우스’는 아이돌그룹 갓세븐의 춤과 의상, 헤어스타일, 표정 등을 똑같이 따라해 주목받았다.
이날 우승은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날아온 여성 8인조 ‘인스피릿’에 돌아갔다. 인스피릿은 ‘터치미이프유캔’ 등 소녀시대의 곡들에 맞춰 8명이 한 몸이 된 것처럼 ‘칼군무’를 선보여 좋은 점수를 받았다. 인스피릿의 멤버인 대학생 안나 세묘노바(24)는 “2011년 첫 대회 때부터 매년 도전해 왔는데 여섯 번째 대회에서 우승해 기쁘다”며 “멤버들은 모두 모스크바에서 케이팝 춤에 빠져 사는 마니아들이자 춤 실력자들”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인터넷에서 걸그룹 등의 공연 동영상을 찾아 돌려 보며 자다 깨도 저절로 춤이 춰질 만큼 연습했다. 인스피릿 멤버들은 모스크바의 한국문화원에서 케이팝 팬들을 상대로 우리 춤을 가르치는 일도 한다. 음악과 춤에 빠져 한국 문화에 관심을 두게 된 이들은 한글을 배우고 한국 음식을 자주 먹는 등 ‘친한파’가 됐다고 한다. 이번 대회 2위는 미니시스터, 3위는 D2가 차지했다. 지역예선을 통과해 한국을 찾았지만 준결승전에서 탈락한 9개 팀 50여명의 참가자는 관중석에서 대회를 지켜보며 응원했다.
이날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김의승 서울시 관광체육국장은 “케이팝 등 우리 문화가 좋아 한국을 찾는다는 외국인이 많은데, 막상 한국에 오면 체험할 만한 문화 프로그램이 많지 않았다”면서 “대형 연예기획사에 가서 외국인 관광객이 직접 춤을 배워 보거나 한국 여성처럼 화장하는 법을 배워 보는 프로그램 등을 만들어 더 풍성한 관광 콘텐츠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