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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위해 개그우먼 불쾌한 성적 행위·외모비하 논란 조장

인기 개그우먼들이 잇따라 성희롱 논란에 휩싸이면서 인터넷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성희롱은 남녀를 떠난 문제”라는 상식적인 이야기부터, 이들 성희롱 논란의 이면도 봐야 한다는 지적 등 누리꾼들의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그중 의미있는 목소리가 나온다. 성희롱을 부추기는 방송 프로그램이 배후 세력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개그우먼들의 성희롱 논란은 사석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라 모두 방송에서 빚어졌다.

◇ 성희롱·성추행 부추기는 방송

지난해 11월 개그우먼 이세영은 tvN 성인 코미디 프로그램 ‘SNL코리아’ 녹화 중 벌인 행동으로 성추행 논란을 일으켰다.

이세영과 여성 크루들이 특별 출연한 보이그룹 B1A4에 달려들어 반기는 과정에서 당황한 B1A4 멤버들이 주요 부위를 가리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문제가 됐다.

성추행 논란이 일자 ‘SNL코리아’ 제작진은 “과격한 행동에 불쾌감을 느꼈을 B1A4 멤버들과 팬들에게 사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문제의 행동이 명백한 성추행임에도 ‘과격한 행동’ 정도로 인식하는 것이 잘못이라는 비난이 일었고, B1A4의 여성팬이 이세영을 성추행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자 제작진은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하도록 문제점을 즉시 개선하지 못한 점, 또 문제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해당 영상을 페이스북이라는 공적 공간에 노출한 점 등 가장 큰 책임은 SNL 제작진에 있다”고 해명했다.

방송의 재미를 위해 벌어진 일임을 인정한 것이다. “웃자고 하는 일”이라는 생각 속 성추행과 같은 행동을 조장하는 분위기가 공공연하게 퍼져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성추행 논란으로 ‘SNL코리아 8’에서 중도 하차했던 이세영은 오는 25일 시작하는 ‘SNL코리아 9’에 합류한다. 이세영이 일으킨 성추행 논란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또다른 방증이다.

이국주는 그간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남성 연예인들에게 공격적으로 ‘대시’하는 ‘역할’을 해왔다. 코미디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생방송 시상식에서도 이국주는 남성 연예인을 향해 저돌적인 ‘애정공세’를 펼쳤다.

그러나 말이 좋아 애정공세이지, 성희롱과 다름없었다는 게 누리꾼들의 지적이다. 신체접촉도 서슴지 않았다. 이국주가 여성이었기에 지금껏 넘어간 것이지, 그가 남성이었다면 진작에 성희롱, 성추행으로 비화됐을 것이다.

문제는 방송에서 이국주에게 그런 역할을 ‘적극’ 장려했다는 점이다. 이국주에게 생방송 MC를 맡긴 것도, 가상 결혼 프로그램에 출연시킨 것도 그같은 이국주의 공격적인 대시를 ‘재미’의 차원에서 제작진이 용인하고 부추겼기 때문이다.

성희롱의 여지가 있었다면 제작진이 먼저 걸러내고 중단시켰어야 하지만, 어떤 제작진도 ‘이국주의 역할’에 제동을 걸지 않았다.

◇ 개그우먼 외모 비하로 먹고 사는 방송

이세영과 이국주는 인기 많은 여성 개그우먼이라는 점 외에도 공통점이 또 있다. 자의든 타의든 외모 비하의 대상으로 ‘희화화’돼 왔다는 점이다.

여성 예능인들의 설 자리가 비좁은 상황에서 코미디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많은 예능 프로그램이 여성 연예인들의 외모를 유머의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개그우먼 스스로 자신의 외모를 개그의 소재로 활용하지 않으면 설 자리 없게 만드는 분위기도 분명 있다.

이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왔지만, 방송 제작진들은 외면해왔다.

이번 이국주 성희롱 논란의 출발선에도 이국주에 대한 외모 비하 악플들이 놓여있다.

그간 외모 비하 악플에 시달려온 이국주가 지난 18일 자신의 SNS를 통해 악플러에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한 남성이 이국주의 ‘성희롱 혐의’를 제기하며 맞대응한 것이다.

일부 언론이 문제를 제기한 남성이 ‘배우’라면서 논란을 크게 키웠고, 이 과정에서 이국주에 대한 외모 비하 문제는 사라지고 이국주의 성희롱 논란만이 남은 모양새가 됐다.

한국여성민우회 정슬아 활동가는 20일 “이국주 씨 논란은 외모비하와 성희롱 문제가 엮여 복잡한 양상”이라며 “타인의 신체를 접촉하는 일이 성별을 떠나 문제가 되는 것처럼, 외모 비하 문제도 심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누가 됐든지 간에 외모 비하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며 “우리 사회 뿌리 깊은 여성 혐오에 대한 지적은 외면한 채 여성 연예인의 성희롱 논란만이 커지는 상황이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세영, 이국주의 행동을 옹호하는 건 아니다”라고 전제한 그는 “다만 개그우먼의 성희롱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방송가 전체의 문제로 접근해야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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