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이므로 쉬울 줄 알았던 연기. 그러나… = 지난 91년 이형호군 유괴살인사건을 영화화해 ‘현상수배극’이란 부제가 붙은 ‘그 놈 목소리’에서 김남주는 아들을 유괴당하고 비탄에 잠기는 엄마 ‘오지선’을 열연했다. 스크린 데뷔작 ‘아이 러브 유’가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던 탓에 두 번째 영화는 신중하게 고르려 했지만. ‘너는 내 운명’을 연출한 박진표 감독과 훌륭한 시나리오에 대한 믿음으로 단숨에 출연 제의를 승낙했다. “시나리오가 머리가 쭈뼛쭈뼛 설 정도로 무서웠고 너무 슬퍼 밤새 울었어요. 연기자를 떠나 한 아이의 엄마이므로 공감은 갔지만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자신감을 가지고 덤벼들었지만. 막상 촬영장에서 김남주를 괴롭혔던 문제는 자꾸만 치솟는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었다. 극중 아들의 유괴 사건이 마치 자신의 일처럼 느껴지자 고장난 수도 꼭지처럼 쉴 새없이 눈물을 쏟아내고 까무러치곤 했지만. 오히려 박 감독은 감정 자제를 요구했다. 공개된 메이킹 필름에서 김남주는 카메라의 움직임이 멈춘 뒤에도 울음을 그치지 못해 스태프의 부축을 받을 정도였다.
◆행복한 가정생활에서 얻는 충만한 기쁨 = 이처럼 4개월동안 촬영장에서는 눈물로 밤을 지새울 수밖에 없었지만. 실생활에서의 김남주는 더 할 나위 없이 행복하기만 하다. 이제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한 딸의 재롱과 조금 무뚝뚝해 보이면서도 알고 보면 자상한 남편 김승우의 배려로 하루하루가 즐겁다. 한 번은 촬영장에서 돌아와 딸을 업고 한강을 바라보며 미안해했던 적도 있다. “‘같이 있어줘야 하는데’란 생각에 괜히 눈물이 흐르더라고요. 그러나 자꾸만 촬영장에서의 감정을 집으로까지 가져오면 딸과 남편에게 미안할 것같아 촬영기간 만큼은 일부러 일터와 집을 철저히 분리해 살았죠. 그렇게 하지 않으면 편안해야 할 가정에서도 왠지 힘들어질 것같았어요.” 다음달 1일로 영화 개봉이 임박해지면서 김남주에 대한 영화계의 기대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김승우가 ‘해변의 여인’과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으로 재발견된 데 이어. 이번에는 김남주 차례라는 전망이다. “너무 기대하시면 곤란한데…. (김)승우씨와 저 둘 다 결혼하고 라희를 얻으면서부터 일이 잘 풀리고 있는 건 확실해요. 흥행 결과도 중요하겠지만 진심이 전달된다면 기쁠 것같아요.”
조성준기자 when@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