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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활동 재개보다 더 관심 끄는 재테크

최근 일일 아침드라마로 연기활동을 재개한 탤런트 이창훈. 평소 동료 연기자들에게 ‘절약의 달인’으로 불릴 정도로 그는 이미 총각시절부터 재테크를 잘하기로 소문났다. 결혼 이후, 사업까지 병행하며 바쁘게 지내는 그의 알뜰살뜰한 인생이야기.

이창훈


 “오늘에 충실하게 임해야 재테크도 가능하다”

 17년간 연기자로 활동하며 30편이 넘는 드라마에 출연해온 이창훈. 2년 전 결혼을 한 그는 현재 장인과 함께 사업가로도 활약하고 있다. SBS 일일 아침드라마 ‘당돌한 여자’로 오랜만에 연기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는 결혼 전과 후 일에 임하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말한다.

 “결혼 전에는 일하는 것 외에 인생의 낙이 없었어요. 드라마 네 개를 동시에 한 적도 있었죠. 돈을 많이 벌어서 집을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실 그때는 결혼도 못할 줄 알았죠(웃음).”

 열여섯 살 연하의 아내와 9개월 된 딸아이의 아빠로 행복한 나날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가족을 위해 돈을 버는 것에서 기쁨을 느낀다”고 말했다.

●1년에 3백만원도 안 쓰던 남자

 총각시절부터 그의 절약습관은 남달랐다. 극중 역할을 위해 값비싼 옷과 장신구를 걸쳤던 그이지만 드라마 밖에서는 철저히 검소했다.

 “한창 연기하던 시절에는 협찬사에서 제공해준 옷들로만 지냈어요. 사실 평상시에 따로 입을 옷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일을 많이 했거든요. 그렇게 지내다 보니까 같이 고생하는 스태프에게 회식비 쓰는 것 외에는 큰돈을 안 쓰게 되더라고요. 밥을 먹어도 최대 5천원을 넘겨본 적이 없고요. 1년에 3백만원도 안 쓴 적이 많았어요.”

 어린 시절 아버지를 일찍 여의었던 그는 어머니가 혼자 1남 4녀를 키우며 고생하는 모습을 보며 자랐다. 여자 몸으로 혼자 생계를 꾸려나가며 우여곡절을 겪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그는 ‘나이 들어서 절대로 돈 때문에 고생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일찌감치 하게 됐다. ‘젊을 때 힘들더라도 아끼고 절약해야 한다’는 것이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그의 신념이다.

 이창훈은 자신의 절약정신 때문에 아내에게 미안한 것이 많다고 말한다. 집에 있을 때도 아내와 외식하기보다는 자장면을 곱배기로 한 그릇을 시켜 함께 나눠먹는다는 것. 이쯤 되면 아내의 불만이 클 법도 한데, 이창훈은 “아내 역시 나와 같이 절약정신으로 무장한 여자”라고 말한다.

 “아내도 평소에 인터넷 쇼핑몰에서 제일 싼 옷만 사서 입어요. 트레이닝복 하나를 사더라도 3천원, 5천원인 것들만 고르더라고요.”

 부부는 살면서 닮아간다는데, 이들 부부는 처음부터 닮아 인생의 동반자가 됐구나 싶다. 요즘은 월급이나 생활비를 각자 따로 관리하는 부부들이 많은데, 이창훈과 아내 김미정 씨는 집안의 모든 돈을 부부가 같이 관리한다.

 “저희는 따로 생활비가 없어요. 물론 돈은 제 통장에 있지만 전체 재정을 서로 공유하면서 지출해요. 각자 필요하다고 하면 쓰는 거죠. 저 같은 경우에는 카드명세서나 영수증을 봐도 저를 위해 쓰는 돈이 거의 없으니까 아내도 저를 믿어주고, 그러다 보니 서로 더 절약하게 되는 것 같아요.”

●미래를 위한 분양 재테크와 절약습관

 이창훈 내외가 이렇게 절약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전원을 좋아하는 부부의 취향에 맞게 노년에 서울 근교에 집을 짓고 살고 싶다는 것. 또한 남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교회를 짓는 것이 꿈이기도 하다. 그는 이러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지금도 재테크에 열심이다. 같은 드라마에 출연 중인 후배 연기자들에게 ‘재테크 선생님’으로 불리는 이창훈은 현재 집을 네 채 이상 소유하고 있다.

 “예전부터 제 주변에 건설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하나하나 따져봤을 때 부동산 재테크가 유리한 면이 많더라고요. 물론 대출도 받고 좀 무리해야 부분도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조금씩 좋아지는 것 같아요. 일단 부동산을 갖고 있기만 해도 금액이 자연스럽게 올라가잖아요.”

 결혼 전 월세집에 살던 그는 아파트를 분양 받아 재투자하는 형식으로 재테크를 해왔다. 이것을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여러 채의 집을 소유하게 된 것. 투기가 아니냐는 주변의 눈초리도 있지만 그는 재테크의 방법을 다른 것이 아닌 부동산에 집중한 것의 차이라고 말한다. 또한 재테크 방법상 소득의 40% 정도를 세금으로 내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상상하는 정도의 많은 혜택을 누리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부동산 투자가 대외적인 재테크 방법이라면 일상 속에서 절약하는 재테크도 있다.

 “세탁소에 옷을 맡길 때도 일부러 싼 곳으로 직접 가요. 장인어른 자전거에 옷을 싣고 제일 저렴한 동네 세탁소로 가는 거죠. 일반 세탁소는 와이셔츠 한 벌에 2∼3천원이지만, 저는 9백원인 곳으로 꼭 다녀요. 아낄 수 있는 건 아끼는 게 좋은 거죠.”

 그의 절약정신은 9개월 된 딸을 키우는 데에도 녹아들어 있다. 처음에는 아이를 위해 아낌없이 돈을 썼지만 이제는 장난감 하나도 구입하기보다는 대여업체에서 빌려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건 아내의 아이디어예요. 전 처음에는 위생문제가 걱정돼서 반대했어요. 그런데 빌려보니 깨끗하게 소독도 잘되어 있고, 아이도 좋아하더라고요. 무엇보다 아이가 가지고 놀다가 질리게 되면 버리는 게 아니라 다른 걸로 바꿀 수 있으니까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오히려 더 효율적이에요.”

 절약습관은 이뿐만이 아니다. 쇼핑을 하는 데도 원칙이 있다. 세일기간에 사거나 그렇지 않은 경우 계획적으로 구입한다는 것이 원칙이다. 마음에 드는 물건을 살 때도 한번에 가서 사는 것이 아니라 몇 번이고 보러 가서 흥정을 해 구입한다. 결혼살림 중 일부도 협찬을 받거나 할인해서 구입한 것들이다. 젊은 시절에는 이런 모습이 조금 창피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듯 절약이 몸에 밴 그에게도 철칙은 있다.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아무리 저렴해도 공짜로 협찬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기와 사업, 어느 것도 놓을 수 없어

 이창훈은 현재 장인이 운영하는 태양광설비 관련 중소기업에서 이사직으로 일하고 있다. 결혼 후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2년 동안 그는 회사 일에 매진해왔다. 드라마 속에서는 프로페셔널한 젊은 사장 역할을 주로 맡았던 그이지만 실제 사업가로 일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며 웃는다.

 “드라마에서는 높은 위치이고 사람들을 많이 도와주는 입장이었는데, 현실에서는 회사 특성상 직책이 이사여도 영업직에 거의 가깝다는 겁니다. 고객들을 찾아다니며 권유하는 일이 대부분인지라 때로는 자존심을 굽혀야 할 때도 있었죠.”

 그런데 사업을 하게 되면서 오히려 그는 웃음이 많아졌다고 한다. 고객들을 만날 때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일부러 노력하는 것도 있지만 가족을 위해 일을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힘이 났기 때문이다. 둘째 사위인 그를 남달리 아끼는 장인 또한 이창훈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시작한 지 2년밖에 안 된 회사인지라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을 때까지 그는 최저 임금을 받으면서 일하고 있다. 연기할 때의 수입에 비교하면 아쉬운 면이 많을 텐데도, 그는 지금의 경험이 연기경력 못지않게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한때는 연기를 그만두고 사업에만 전념하겠다는 생각도 했던 그다.

 “장인께서 연기를 접고 같이 미래를 그려보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저도 그렇게 마음을 갖고 있었는데 친한 후배 PD가 이번에 드라마를 찍으면서 도움을 요청했어요. 마침 지금 사업 방향을 변경하게 되면서 저에게도 시간적 여유가 생겼죠.”

 드라마 이후의 계획을 묻자 그는 “우선은 지금 주어진 것에 먼저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말한다. 연기든 사업이든 지금 그에게 주어지는 것은 계속 ‘오늘’이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미래를 위해 조급하게 뛰어갔지만 이제는 주어진 분량에 충실하는 것이 곧 내일을 위한 길이라는 생각을 한다고. 결혼과 사업, 연기… 인생의 진정한 행복을 찾아가기 위해 ‘오늘’에 충실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그의 재테크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Queen 글 김선영 기자·사진 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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