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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극장에 때아닌 하녀 컨셉트가 인기다.

드라마 속 여주인공들이 잘생긴 남주인공 집에 가사 도우미로 들어가 팔걷어 부치고 일하는 이른바 ‘하녀’ 컨셉트가 붐을 이루고 있다. 과거 1960~1970년대에는 드라마 속에서 ‘식모’라 불리던 하녀가 집주인과 로맨스를 맺는 스토리가 붐을 이뤘다. 그러나 이후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며 자취를 감춘 하녀가 최근 더 세련되고 더 당당해져서 돌아왔다.

SBS ‘오 마이 레이디’의 이혼녀 채림(윤개화 역)은 톱스타 최시원(성민우 역)의 집에 일일 가사도우미로 들어간다. 변변한 직업이 없어 생계의 차원에서 들어간 곳이 하필 톱스타의 집이었다. 그러나 최시원이 가장 아끼는 셔츠를 태우는 등 실수연발에도 매사 당당하게 대처하며 정을 쌓아간다.

SBS ‘이웃집 웬수’의 노처녀 김미숙(채영실 역)은 이혼남 홍요섭(김우진 역)에게 가사 도우미를 제안했다. 홍요섭에게 집을 세놓은 뒤 홀아비가 집을 더럽게 쓸까봐 노심초사하던 김미숙은 급기야 홍요섭에게 가사 도우미로 써주면 집을 반짝반짝 청소해놓겠다고 강조했다. 겉으로는 집을 핑계삼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는 홍요섭을 가까이서 돌봐주고 싶은 모성애가 깔려있다.

앞서 인기리에 막을 내렸던 MBC ‘지붕뚫고 하이킥’의 신세경(세경 역)도 입주 가사 도우미였다. 신세경은 주인집 아들 최다니엘(이지훈 역)을 짝사랑하지만 자신의 신분 때문에 고백하지 못했고. 주인집 손자 윤시윤(준혁 학생)의 짝사랑을 받지만 그 마음도 받지 못했다.

영화 ‘하녀’(임상수 감독)도 다음달 13일 개봉한다. 극중 전도연(은이역)은 이혼 후 식당일을 하다가 이정재(훈 역)와 서우(해라 역) 가족이 사는 대저택의 하녀로 들어간다. 이들 부부의 딸을 교육시키는 역할을 맡았지만 주인집 남자와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주인집 여자와 경쟁 구도를 형성한다.

이처럼 하녀가 드라마나 영화의 주인공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방송작가 민정수(41)씨는 “자본주의 사회의 계층 구조가 심화되면서 최근 이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직업에 다시 시선을 쏠리고 있다”며 “더욱이 가사 도우미는 필연적으로 주인집 남자와 자주 접촉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로맨스가 형성되니까 작가들이 선호한다”고 말했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과거의 하녀보다 현재의 하녀가 훨씬 적극·능동적인 분위기라는 게 달라진 점”이라고 말했다.

김영숙기자 eggrol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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