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기부액수에 놀란 것은 물론. 톱스타이기에 앞서 소외된 주변의 이웃을 생각하는 젊은 청년의 마음 씀씀이가 가슴에 와 닿았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많은 돈을 버니까 이 정도 기부도 할 수 있겠지’라는 생각도 마음 한구석에 품었다.
그러다가 최근 우연히 이 프로그램을 보고 깜짝 놀랐다. 몇주전 이 프로그램에 사연이 소개된 이웃의 집을 이승기가 직접 방문하는 모습이 방영된 것이다. 이승기는 피자 4판을 손에 들고 이 이웃의 가정을 방문해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고 사진 촬영도 했다. 아이들의 부모와도 밝은 표정으로 대화를 나눴다. 1억원을 기부했다는 사실도 대단했지만 이들을 직접 찾아가서 낯가림 없이 살갑게 대하는 모습은 정말 감동스러웠다.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이승기의 꾸밈없는 모습은 가요담당 기자로서 그동안 품어온 그에 대한 선입견을 돌려놓는 계기가 됐다. 이전만 해도 가수. 연기자. MC. 광고모델. 오락프로그램의 게스트로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그의 행보를 그닥 달갑게 여기지 않은 게 사실이다. 여러 분야에서 재능을 보이면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그지만 그런 인기를 앞세워 정작 본업인 가수활동을 너무 쉽게 하려한다는 느낌이 강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2004년 싸이가 만든 ‘내 여자라니까’라는 노래로 누나팬들의 마음을 훔치며 인기 스타로 발돋움했다. 가수로서 그의 미래에 대한 기대도 컸다. 곱상한 외모에 모범생다운 반듯한 이미지는 팬들의 사랑을 얻기에 충분했고 노래도 곧잘 했다. 하지만 이후 정규 4집앨범과 여러차례의 디지털싱글을 발표했지만 개인적으로 ‘내 여자라니까’ 이상의 임팩트를 줄만한 곡은 없었다. 히트곡의 부재도 안타까웠지만 무엇보다 활동방향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새 음반을 낸 뒤 방송활동 등을 통해 치열하게 신보를 알리기 위해 애쓰는 다른 가수들과 달리 그는 자신이 출연중인 KBS2 ‘해피선데이-1박 2일’의 배경음악으로 새 노래를 사용해 쉽게 자신의 신곡을 알리려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다른 가수들이 보면 참 속 편하고 운좋은 가수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번에 ‘현장르포 동행’을 통해 그의 진솔한 모습을 접하고는 그의 인기가 그저 운이 좋아서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연예인들 중 유독 낯가림이 심한 이들도 있고 스타의식에 젖어 사는 듯한 사람도 있다. 하지만 방송에서 이웃을 대하는 이승기에게서는 전혀 그런 면을 느낄 수 없었다. 예의바르면서도 겸손하고 착실한 청년의 모습 그대로였다.
이에 가요담당 기자이기에 앞서 연예기자로서 이승기에 대해 호감을 새롭게 갖게 됐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더불어 많은 연예인들이 이승기처럼 소외된 이웃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갖고. 이를 표출해 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김상호기자 sangho94@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