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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맞다 맞다! 그 배우?” 수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그의 이름을 제대로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작품의 배역을 말하면 분위기는 확 달라진다. 영화 ‘친구’에서 처참한 죽음을 맞는 도루코. ‘똥개’에서 정우성의 개를 아주 얄밉게 잡아먹은 날건달. MBC드라마 ‘히트’의 인간미 넘치는 심종금 형사. 그리고 요즘 SBS드라마 ‘나쁜남자’에서 김남길이 일하는 액션스쿨의 무술감독을 떠올리면 그의 얼굴이 단번에 각인된다.

김정태
배우 김정태(37). 친근한 듯하면서도 그동안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보여준 무서운(?) 캐릭터 때문에 다소 대중과 거리감이 있었던 그가 데뷔이후 처음으로 “욕설 없는 전체관람가 영화를 찍었다”며 싱글벙글이다. 알고보면 부드럽고 로맨틱한 면이 가득하다는 이 남자. 오는 21일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 ‘마음이2’(이정철 감독)를 들고 관객을 만난다.

앞으로의 포부를 먼저 묻자 그는 “제 이름 석자 김정태를 알리고 싶어요”라며 신인같은 대답을 했다. 1999년 영화 ‘이재수의 난’을 시작으로 수십여편의 작품에 모습을 드러낸 배우치고는 소박하다. 하지만 왠지 그 마음이 이해가 간다. 10여년 동안 영화와 드라마 속에서 동네 건달 혹은 비열한 캐릭터의 양아치 역만 주로 연기하다보니 악역 전문으로만 알려졌다. ‘연기파 배우 김정태’로서 알려진 것은 최근의 일이다.

“아직도 제 이름을 모르시는 분들이 많아요. 다수로부터 인격이 한정되어지는 것이 굉장히 불쾌하고 견디기 힘들었던 적도 있고요. 연기였을 뿐인데. ‘저 사람은 나쁜사람이다’고 인식되는 게 좋지는 않아요. 저를 보면서 캐릭터를 투영하는 것을 넘어서. 인격이나 사고체계까지 단정짓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부산 태생인 그는 주로 영화에서 걸쭉한 부산 사투리를 쓰는 건달 역을 맡았다. 너무나 사실적으로 연기를 한 덕에 대부분의 감독들은 비슷한 배역이 생기면 늘 김정태에게 러브콜을 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이런 게 싫어 의도적으로 거절을 한 적이 있다. “없는 놈이 튕겨?”라는 말도 들었고. 자연스럽게 생활고에 시달리기도 했다.

“작품이 없을 때요? 거지처럼 살았죠.(웃음) 배우가 작품이 없으면 할 게 없잖아요. ‘근 10년간 지방에서 술집을 같이 오픈해보자. 얼굴마담만 하면 된다’는 식의 제의도 많았지만. 배우로서 자존심까지 버릴 수는 없었어요. 단 한번도 ‘연기를 못한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어요. 내 나름대로의 자부심이죠. 생활고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더 먼 미래를 생각했죠. 제일 잘 하고. 빛을 볼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니까요. 절실한 목표와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에 긴 시간동안 지치지 않고 연기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흔희들 배우들을 ‘천의 얼굴’에 빗댄다. 김정태 역시 다르지 않다. 무서운 면면이 보이는 가운데. 코믹스럽기도 하고 심지어 여성스럽기도 하다. 보기와 다르게(?) 시를 쓰는 게 취미이며. 재즈를 즐겨듣고 실력도 상당하다는 게 주위 사람들의 증언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만난 1년 후배와 19년의 열애 끝에 지난해 결혼을 했고. 없는 살림에도 아내를 건축학 박사로 만든 숨은 공신이다.

“믿기지 않으시죠? 사람은 이래서 겪어봐야 안다니까요. 하하하. 어릴 적부터 시를 좋아했고. 늘 시를 써왔어요. 지금은 많이 잃어 버렸지만. 언젠가부터 제 인터넷 카페에 따로 자작시를 올려놨죠. 한 200편 쯤 돼서 내년에는 제 이름을 걸고 시집을 내볼까 구상중이예요. 재즈는 듣는 것을 좋아하고요. 제 얼굴과 안어울리는 것 같죠?(웃음) 하지만 제 안에 이러한 것들이 없다면. 어떻게 연기를 하겠어요. 내면에 이러한 자아가 없이. 건달 역할을 실감나게 했다면. 진짜 건달이랑 다를 게 없지 않을까 싶어요.”

생각 외로 예민하며. 위트도 있고. 고집도 세다. 늘 손에서 책을 놓지 않은 덕에 대본을 받아들었을 때 다시 김정태 식으로 표현해 작품을 더욱 개성있게 만들기도 한다. 그의 이러한 의외성에 지금의 아내도 반한 것 같다. 그는 아내가 자신에게 빠진 몇 가지 중 한가지 이유를 설명했다.

“궁금해서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제가 생일선물로 책을 사달라고 했데요. 굉장히 하이퀄리티의 책이였는데. 그 책을 또 열심히 읽는 제 모습을 보고 놀랐다고 하더군요. 제가 조금 예민한 성격이라면. 아내는 전형적인 공대여자죠. 하하하. 듬직하게 저를 받쳐주는 사람이고요. 한참 아내가 박사논문을 쓰고 있을 때 어머니가 많이 위독하셨거든요. 공부하기도 힘들텐데. 결혼도 하기전에 우리 어머니를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사람이 흔하겠어요. 늘 옆에서 힘이 돼줬죠.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고맙죠. 저 그리고 곧 아빠도 됩니다! 결혼이 제게 많은 변화를 줬어요. 일과 개인적으로요. 우리부인 사~랑해요.”

김정태의 아내는 현재 임신 4주다. 세상을 다 가진듯 행복에 겨운 그가 요즘 더 웃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모처럼 밝고 유쾌한 역할로 스크린 앞에 서기 때문이다. 영화 ‘마음이2’에서 그는 성동일과 함께 7억원 상당의 보석을 훔쳐 달아나던 중 엄마가 된 ‘견공’ 마음이의 새끼 장군이를 납치하며 요절복통 웃음을 선사한다.

“‘마음이2’는 18금 전문 악역배우 김성태가 욕 한번 없이 유쾌하게 연기한 유일한 작품이죠. 언어가 누에고치에요. 한마디로 비단길같은 언어 사용이죠.(웃음) 더불어 ‘나쁜남자’와 10월에 개봉하는 영화 ‘방가방가방가’에서도 빵빵터지는 웃음 드리니까요. 이제 더 이상 악역전문은 잊어주세요. 김정태가 훈훈한 웃음을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남혜연기자 whice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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