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시내 한 영화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 감독은 “현지에서 영화가 상영된 이후 많은 분들이 황금사자상 수상이 유력하다고 말씀해 주셔서 기분이 붕 뜨고 부담이 컸다.”면서 “이렇게 올라갔다가 추락하면 정말 아프겠다는 생각에 수상 하루 전날까지 힘들었다. 기다렸더니 현실이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사실은 각본상까지 내정됐었다고 털어놓은 김 감독은 “이 영화는 극단적 자본주의에 관한 영화이며 가족, 복수 등 다양한 주제를 깔고 있다.”면서 “돈 때문에 인간과 가족이 파괴되고 돈 중심의 사회가 되는 것이 안타깝고, 그런 비극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결론”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감독은 화제를 모은 고가의 의상에 대해 “윗옷이 150만원이고 아래가 60만원짜리다. 방송 녹화를 가는데 입을 만한 옷이 없어 인사동을 헤매다가 옷가게에 들어갔는데, 여자 옷인지도 몰랐다. 나중에 가격을 알고 놀랐지만, 더 고를 시간도 없고 앞으로 해외 영화제에 1년간 입고 다닐 것을 생각해서 그냥 샀다.”고 말했다.
한편 김 감독은 이 자리에서 대형 멀티플렉스의 폐해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도둑들’ 같은 영화는 좌석 점유율이 15% 미만인데도 기록을 위해 1000회 이상 상영하지만, ‘피에타’는 45%인데 400~500회차에 불과하다.”면서 “돈이 다가 아니지 않나. 편법과 독점, 마케팅에서 불리한 게임에서는 내가 아무리 착해도 화가 난다.”고 말했다.
여우주연상 수상이 불발된 조민수는 “현지에서는 열기가 대단했는데 한국에서는 상영관이 없어 못 봤다는 분들이 있더라. 유럽에서 상까지 받아 왔는데, 많은 분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