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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반지의 제왕’에 등장했던 캐릭터와 만나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젊고 깜찍한(?) 골룸이 등장하는 대목은 웃음 포인트다. 이중인격자에 혼자놀기의 달인인 골룸의 원맨쇼는 여전히 빛을 발한다. ‘호빗’의 골룸은 ‘반지의 제왕’의 늙은 골룸보다 이빨도 몇 개 더 있으니 작은 디테일에 주목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작품에서 배긴스가 어떻게 골룸에게서 절대반지를 얻게 되는지도 공개된다. 골룸 역은 이번에도 앤디 서키스가 연기했다.
호빗을 위해 전작의 배우들도 한데 뭉쳤다. 회색의 마법사 간달프 역의 이언 매켈런을 비롯해 엘프의 여왕 역에 케이트 블란쳇, 요정들의 왕 엘론드 역에 휴고 위빙이 출연한다. 영화의 시작과 끝에 나오는 프로도 배긴스 역도 일라이저 우드가, 늙은 빌보 배긴스도 이언 홈이 계속해서 출연한다.
‘호빗’의 원래 계획은 3부작이 아닌 2부작이었다. 제작 초기 겨우 300쪽짜리 원작으로는 무리라는 반대도 적지 않았고 추가 예산 문제도 큰 부담이었다. 전작이 방대한 원작을 압축하는 과정이라면 이번엔 적은 분량의 원작을 스크린에 확장하는 작업이었을 터. 잭슨 감독은 아쉬운 여백들을 채우려고 원작 외 많은 글을 참조했다고 했다. 원작자 톨킨이 ‘호빗’ 확장판을 계획하면서 썼던 글들을 들춰 보며 부족한 부분은 감독의 상상력으로 채워 나갔다. 결국 ‘호빗’은 톨킨의 소설을 바탕으로 했지만, 원작과 다른 잭슨 감독만의 색다른 변주인 셈이다.
명희진기자 mhj46@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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