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영화의 쌍끌이 흥행몰이와 짧은 연휴, 한파가 겹치면서 설 하루 영화관을 찾은 총관객수는 지난 10년간의 설 연휴 기간을 통틀어 최고치를 찍었다.
1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설 당일인 지난 10일 ‘7번방의 선물’이 54만3천478명, ‘베를린’이 46만3천983명을 각각 동원해 두 영화의 합계 관객수가 100만 7천461명을 기록했다.
두 영화가 흥행을 견인하면서 설 하루 한국영화를 본 관객수가 115만9천310명(시장점유율 81.6%), 극장가를 찾은 총관객수는 142만1천194명이었다.
영진위 통합전산망에서 자료를 확인할 수 있는 2004년 이후 기록에 따르면 영화관을 방문한 일일 총 관객수 자체가 100만 명을 넘은 날도 그리 많지 않다.
극장가 비수기인 9월이나 10월에 있는 추석 연휴에는 거의 나온 적이 없으며, 성수기라 할 수 있는 1-2월, 그중에서도 최고 대목인 설 연휴 기간에도 많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 영화 두 편만으로 하루 관객수 합이 100만 명을 넘어서는 기록이 나온 것이다.
하루 총관객수 기록을 살펴보면, 2006년 설 연휴 마지막날(이하 모두 설 연휴 마지막날)인 1월 30일 111만6천345명(한국영화 관객수 87만6천943명), 2009년 1월 27일 118만6천939명(한국영화 관객수 46만2천711명)을 기록한 게 최고치다.
2010년대 들어 국내 영화산업이 점차 회복세를 보이면서 2010년 2월 15일 총 관객수가 123만8천612명(한국영화 57만7천580명), 2011년 2월 4일 111만6천617명(한국영화 77만9천729명), 지난해 1월 24일 126만2천179명(한국영화 73만3천945명)을 기록했다.
하지만 한국영화는 명절 연휴에 큰 흥행을 한 적이 별로 없다. 한국영화가 연간 1억 관객을 모으며 흥행한 지난해에도 설 연휴에는 마지막날 하루 73만3천945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지난해 추석 연휴 마지막날인 10월 1일에는 ‘광해, 왕이 된 남자’가 하루 74만4천274명을 모았지만, ‘광해’를 포함한 한국영화 전체 관객수는 95만4천169명에 머물렀다.
연중 대목인 명절 연휴나 여름·겨울방학 성수기에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개봉되기 때문에 한국영화들의 경쟁력이 떨어진다. 한 작품이 대박을 터뜨려 하루 50만-60만 명을 모아도 박스오피스 2-3위에는 할리우드 영화들이 포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극장가에 걸린 모든 한국영화의 관객수를 다 합쳐도 하루 100만 명을 넘기가 어려웠다.
지난해에도 1천만 관객을 넘은 ‘도둑들’과 ‘광해’를 비롯해 한국영화 흥행작들이 여러 편 나왔지만, 이렇게 두 영화가 동시에 흥행하며 하루 100만 명을 모은 날은 없었다.
올해 들어 ‘7번방’과 ‘베를린’의 동시 흥행은 초유의 기현상이라 할 수 있다. 지난 1월 23일 ‘7번방의 선물’이 개봉해 뜻밖의 흥행 대박을 터뜨린 데 이어 1주일 뒤인 30일 기대작인 ‘베를린’이 개봉해 돌풍을 일으키면서 두 영화는 극장가를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구고 있다.
’베를린’ 개봉 첫 주말인 지난 2일 하루 동안 두 영화가 합계 120만5천181명(’베를린’ 63만6천987명, ‘7번방’ 56만8천194명), 3일에는 합계 107만1천342명(’베를린’ 55만7천719명, ‘7번방’ 51만3천623명)을 모아 영화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비슷하게 ‘해운대’와 ‘국가대표’가 쌍끌이 흥행을 한 2009년 8월에도 두 영화의 하루 합계 관객수는 90만 명을 넘지 못했다.
’7번방’과 ‘베를린’의 유례없는 동반 흥행은 올해 국내 영화 시장이 지난해 쓴 여러 기록을 새로 갈아치울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달 한국영화 관객수는 1천199만524명(작년비 45.5% 증가)을 기록했는데, 2월은 아직 열흘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785만1천903명을 모았다. 영화관을 찾은 총 관객수 역시 지난달 2천36만7천476명이었는데, 이달에는 열흘 만에 906만2천879명을 기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