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스타일’의 기록을 앞선, K팝 사상 최단기록을 세우면서 돌풍을 예고했다. 뮤직비디오 공개 이후 음원 ‘젠틀맨’은 세계 각국 아이튠즈 차트에서 순위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말춤’에 이어 섹시한 ‘시건방춤’에 대한 반응도 뜨겁다.
지난 13일 오후 9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첫선을 보인 ‘젠틀맨’ 뮤직비디오는 ‘강남스타일’에 나왔던 코믹함과 야릇함을 오가는 B급 유머에 놀이터, 수영장, 헬스클럽 등지에서 사람들을 골탕 먹이는 짓궂은 중년의 악동 모습을 선보였다. ‘21세기판 놀부’를 보는 듯하다. 유재석, 노홍철, 하하 등 ‘무한도전’ 맴버 7명이 모두 등장해 폭소를 자아냈다. 수영장에 누워 있는 남자들 위에서 비키니 차림의 여성들이 춤을 추는 아슬아슬한 장면은 ‘강남스타일’에서 여성들 다리 사이로 기어가는 장면을 연상시켰다.
싸이는 이날 공연에 앞선 기자회견에서 ‘젠틀맨’의 안무는 “브라운아이드걸스의 히트춤인 ‘시건방춤’을 내 몸에 맞게 바꿨다”고 소개하면서 “‘젠틀맨’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곡이고 선택”이라고 말했다.
미국 음악전문지 빌보드는 ‘젠틀맨’ 뮤직비디오에 대해 “‘강남스타일’의 이면을 보는 것 같이 매우 유사한 스타일”이라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재미가 덜하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콘서트에서 뮤직비디오를 본 프랑스인 엠버 타오라 짐머(20)는 “‘강남스타일’보다 더 중독성이 있다. 유럽에서 이번에도 성공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3시간 이상 이어진 공연은 북한의 위협으로 인한 긴장감도, 일상에 치인 스트레스도 한방에 날릴만큼 통쾌했다.
공연의 백미는 싸이의 공중 장면이었다. ‘낙원’을 부르면서 비둘기 날개 모양의 모형에서 등장한 싸이는 와이어에 매달려 순식간에 1, 2층 객석 앞까지 다가가 관객들을 즐겁게 했다. 공중에서 관객들과 합창하는 꿈을 꿨다는 싸이는 ‘거위의 꿈’을 부르다가 감격에 겨운 듯 눈물을 쏟았다. 그는 “많은 분들이 ‘젠틀맨’을 걱정하시는데 내가 언제부터 그렇게 해외를 나갔나. 이렇게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으니 망해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신곡 ‘젠틀맨’을 부르자 관객들은 후렴구인 “아임 어 마더 파더 젠틀맨”을 따라하며 엉덩이를 좌우로 흔드는 ‘시건방춤’을 추면서 흥을 돋웠다. 공연장에는 AP·AFP·로이터통신, 미국 ABC TV·뉴욕타임스, 영국 BBC·가디언, 일본 요미우리 신문 등 해외 매체가 대거 찾았다.
관객층은 국적과 나이를 불문하고 다양했다. “사회적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잊을 수 있는 신나는 공연이었다”(채정숙·54), “신곡에 대한 부담감이 컸을 텐데 당당한 무대를 선보여 좋았다”(김보라·31)는 관객들의 평이 이어졌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