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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남과 김탄 사이… 소년과 남자 사이

“‘상속자들’을 통해 돌아오지 않을 제 소년 같은 모습을 간직하고 싶었어요.”

최근 화제 속에 막을 내린 SBS 드라마 ‘상속자들’에서 주인공 김탄 역을 맡아 열연한 탤런트 이민호(26). 2009년 드라마 ‘꽃보다 남자’(꽃남)로 혜성같이 등장해 단숨에 톱스타가 된 그는 국내외에 ‘상속자들’ 신드롬을 일으키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최근 서울 중구 소공동의 한 호텔에서 만난 그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이번 작품에 임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최근 종영된 SBS 수목드라마 ‘상속자들’에서 출세작인 ‘꽃보다 남자’보다 한층 성숙한 면모를 선보인 탤런트 이민호. 작품 수가 쌓일수록 대본 전체의 짜임새와 주변 스태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그는 “배우로서 가장 좋은 시기에 걸맞은 역할을 추구하는 편이지만 더 늦기 전에 동네 백수 같은 풀어지는 캐릭터를 꼭 한 번 해보고 싶다”면서 웃었다.<br>스타우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동안 많은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아직도 대중에게 ‘꽃남’ 이미지가 남아 있더군요. ‘상속자들’은 상황이나 나이는 그때와 같지만 좀 다른 느낌을 주려고 했죠. 스물여섯에서 스물일곱으로 넘어가는 지금 제 나이가 소년과 남자의 중간쯤이라고 생각했고 이번 드라마에서 그 느낌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사실 극 중 은상(박신혜)과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과거 제 모습과도 많이 닮았거든요.”

드라마 속 김탄은 재벌 2세지만 서자로서 내면에 아픔이 있고 자신이 사랑하는 상대에게 ‘직진’하는 캐릭터다. 그는 “재벌 드라마라는 설정이지만 탄이는 뭔가 자신의 능력을 과시한 적도 없는데 사랑을 받은 것이 신기하다”면서 “순수한 마음 하나만으로 패기와 용기를 갖고 직진한 착한 남자 김탄을 보면서 사랑에는 진정한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남자 배우라면 한번쯤 꿈꾸는 ‘백마 탄 왕자’ 역이지만 연기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극 중에서 탄이가 은상에게 ‘지금부터 날 좋아해, 가능하면 진심으로’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 대본을 받고 너무 민망해서 소리를 질렀어요. 글쎄, 저라면 그런 말을 잘 못할 것 같아요(웃음). 탄이가 자신을 서자라고 공개적으로 밝히는 장면도 기억에 남아요. 5시간 내내 손바닥이 땀에 젖을 정도로 긴장했거든요.”

김탄처럼 욱할 때도, 바보처럼 착할 때도 있지만 맺고 끊는 것이 분명한 성격이라는 그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는 ‘컨디션 조절’을 꼽았다. “컨디션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에요. 몸이 많이 지치면 얼굴이 피곤해 보이고 목소리도 잘 안 나와요. 언제 여유가 생길 수 있을까 싶긴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치열하게, 계속 고민하고 생각하면서 연기를 했던 것 같아요.”

사실 드라마 ‘개인의 취향’ ‘시티헌터’ ‘신의’를 통해 꾸준히 변신을 시도했던 그가 다시 비슷한 캐릭터로 돌아가는 데 대한 우려도 있었다. ‘꽃남’을 뛰어넘는 폭발력을 보이지 못했기 때문일까.

“제가 긍정적인 성격이라서 그런지 슬럼프는 없었어요. 그 이후에도 다행히 시청률이 한 자릿수로 내려간 적은 없었고 작품마다 다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팬들도 생겼고요. ‘상속자들’을 통해 얼마 남지 않은 제 20대를 대중이 기억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어요.”

함께 출연했던 최영도 역의 김우빈과도 인연이 깊다. 이민호는 “우빈이가 내가 맥주 광고를 찍었을 때 자신이 단역으로 출연했다는 얘기를 하더라. 우빈이는 에너지가 있는 좋은 배우”라고 말했다. 자타 공인 조각 미남인 그의 콤플렉스는 ‘너무 진한 얼굴’이다. 그는 “잠을 많이 자면 쌍꺼풀이 두꺼워지는데 그게 싫어서 눈꺼풀을 몇초간 얇게 집어 놓기도 한다”며 웃었다. 지금 중국에서 이민호의 인기는 말 그대로 하늘을 찌를 기세다. ‘상속자들’ 직후 중국을 방문했을 때 수천명의 팬이 몰려드는 통에 그는 특별입국 대상자로 분류됐고 중국 SNS 인터뷰에는 53만건의 질문이 쏟아졌다. 그래서 책임감이 더 무겁다고 털어놨다.

“그동안 중국에서 작품 출연 제의도 많이 받았지만 나는 한국 사람이고 한국에서 인기가 있어야 배우 생활을 하는 것이 행복하다고 생각해 국내 활동에 주력했어요. 하지만 얼마 전 중국을 다녀온 뒤 흘러가는 흐름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요즘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은데 서른이 되고 군 입대를 하기 전에 국내외에 더 많은 작품을 남기고 싶어요.”

그는 내년에는 ‘말죽거리 잔혹사’ 등을 연출했던 유하 감독의 영화 ‘강남블루스’에 출연한다. 배우로서 또 다른 도약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제 첫 영화인데 이민호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하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제는 더 이상 소년이 아닌 남성적인 면모를 보여 드려야죠. 또 동네 백수 역할처럼 풀어지는 코믹 연기도 하고 싶어요. 데뷔 전 실제 제 모습이기도 하고요(웃음). 30대가 됐을 때 후배들에게 존경받는 배우가 되는 것, 그게 꿈이죠.”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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