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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씨가 25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유니언 스테이션 기자회견장에서 한 손에 오스카 트로피를 든 채로 미소 짓고 있다.<br>로스앤젤레스 EPA 연합뉴스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씨가 25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유니언 스테이션 기자회견장에서 한 손에 오스카 트로피를 든 채로 미소 짓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EPA 연합뉴스
영화 ‘미나리’로 한국 배우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74)씨의 여진이 계속된다. 특히 주목을 받는 건 그의 말투다. 영어 발음은 끝을 흘리고 문법적으로 완벽한 문장이 아닌데도, 특유의 리듬에 손짓을 덧대고, 자연스러운 유머를 녹이면서 핵심만 말하는 걸 매력으로 꼽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LA)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윤씨가 수상 소감을 말하는 장면은 ‘최고의 순간’으로 꼽혔다. 그는 자신에게 상을 준 브래드 피트에게 “드디어 만났다. 우리가 영화 찍을 땐 어디에 있었던 거냐”며 유머로 소감을 시작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몹시도 딱딱했던 시상식에서 윤여정은 뜻밖의 선물이었다”고 극찬을 남겼다.

카일 뷰캐넌 NYT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윤여정, 내년 오스카 진행을 맡아 주세요”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CNN 방송은 “윤여정이 쇼를 훔친다”라고 했으며, 애틀랜틱은 “올해 쇼의 스타는 윤여정이었다. 그의 수상 장면을 지켜보는 것이 왜 그렇게 즐거운지를 보여 줬다”고 전했다.

트위터에서는 26일 하루 동안 ‘#윤여정’·‘#YuhJungYoun’ 등 트윗이 66만건에 달했다. 아카데미 시상식 공식 트위터 계정에서도 윤씨의 여우조연상 트윗이 가장 많은 3만 9000건의 리트윗을 기록했다. 이 계정에서 가장 많이 리트윗된 것은 지난해 영화 ‘기생충’의 작품상 수상을 알린 트윗(17만건)이었다.

윤씨는 지난해 선댄스 영화제 기자회견장에서는 “이번 영화(‘미나리’)는 독립 영화라서 하기 싫었다. 제가 고생할 게 뻔하니까”라고 미국인도 공감하는 상황을 무겁지 않게 풀어내 웃음을 유발했다. 정이삭(리 아이작 정) 감독이 “한국에서 온 전설적인 배우”라고 소개하자 “아이작, 전설적이란 말은 내가 늙었단 뜻이잖아”라고 눈을 흘기기도 했다.

자신을 낮추는 표현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윤씨가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다른 배우들에게 “우리 모두 승자”라며 “내가 운이 좀더 좋았을 뿐”이라고 말하는 순간 ‘맹크’의 어맨다 사이프리드가 “난 저분이 좋아”라고 감격하기도 했다.

전찬일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장은 “고급스러운 영어를 하는 건 아니지만, 우리말을 워낙 잘 구사하기 때문에 짧고 간결하게 옮겨 놓으면 뉘앙스와 의미 전달이 잘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윤여정의 친근한 말투를 ‘여정체’라고 하면서 패러디한 게시물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한 누리꾼은 피트에게 건넨 수상소감을 “브래드 피트, 세상에 어떻게 우리가 만났네, 이렇게. 영화 찍을 때는 어딨었대”로 바꾸어 표현했다. 날씨가 더워지자 인스타그램에 ‘어우 나 증말, 미쳐. 얘, 너무 더운 것 아니니?’라는 태그가 달리는 식이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윤씨가 단순 명쾌하고 직설적으로 표현하지만, BAFTA 수상소감에서도 볼 수 있듯 상대방이나 젊은층의 문화를 이해하고 적재적소에 맞게 표현하려고 꾸준히 공부를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며 “본인은 절실함이 연기의 비결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성실함이 몸에 밴 배우”라고 평가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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