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의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에 가면 뿌리를 물 위로 드러낸 모습이 이색적인 맹그로브 나무를 볼 수 있다. 맹그로브는 다른 식물들과는 달리 짠 바닷물에도 견딜 수 있는 데다 쓰나미를 막아 주는 가치가 있다. 맹그로브 나무가 파도의 힘을 감소시켜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리핀에선 지난 50년 동안 66%에 이르는 맹그로브 숲이 파괴됐다. 그 자리에는 새우 양식장이 들어섰다.
아직도 인도네시아에선 숲에 기대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70만명에 이른다. 숲은 인도네시아 사람들에게 경제적인 가치 이상의 것을 주고 있다. 그런데 팜유와 같은 단일 농작물 경작을 위해 숲이 파괴되면서 이들은 갈 곳을 잃고 있다. 이는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나무에서 90% 이상의 시간을 보내는 오랑우탄 역시 숲이 사라지면서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숲을 빼앗긴 인간과 동물들이 빼앗긴 고향을 되찾을 수 있을지 돌아본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