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일 오브 테일즈’에는 여러 욕망들이 얽히고설킨다. 아들에 대한 어머니의 집착, 젊음과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 사랑에 대한 환상 등이다. 그 주체는 대부분 여성인데, 하나같이 평범하지 않고 강렬하다. 흔히 동화에서 백마를 탄 왕자를 기다리는 캐릭터가 아닌 것이다. 욕망하고, 쟁취하고, 극복하고, 또 운명을 거스른 대가도 톡톡히 치른다. 바다 괴물의 심장을 구한 남편이 큰 상처를 입어 죽어 가는데도 여왕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언니처럼 젊어지고 싶던 여동생은 자신의 피부를 벗겨 내는 끔찍한 일을 저지른다. 괴물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공주는 자신에게 도움을 건넨 이들이 죽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는다. 피 칠갑을 한 채 집으로 돌아온 공주의 모습은 공포 영화 ‘캐리’를 연상케 한다.
이야기가 진전될수록 동화의 기본 요소인 해피엔딩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살마 아예크, 스테이시 마틴, 베베 케이브가 욕망의 여주인공들을 연기했다. 뱅상 카셀, 존 C 라일리, 토비 존스 등 중견 남성 배우들이 주인공들을 뒷받침한다. 2008년 ‘고모라’, 2012년 ‘리얼리티: 꿈의 미로’로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거푸 거머쥔 마테오 가로네 감독이 연출했다.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이야기라 그런지 영화의 흐름 자체가 흥미진진하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이 단점이다. 화면에서 메마른 느낌이 묻어나는데 보는 이의 마음도 건조하게 만든다. 동화 같은 이야기지만 절대 청소년 관람 불가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