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매력’…까불이 ‘납뜩이’ 실제 모습과 닮아, 진중한 ‘은시경’ 또 다른 내 모습

작년 이맘때만 해도 그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 세 글자는 ‘뽀드윅’이었다. 뮤지컬 ‘헤드윅’에서 어느 캐스트 배우보다도 가장 뽀얗고 뽀송뽀송한 피부를 지녔다는 이유로 뮤지컬 팬들이 그에게 지어준 별명이자 애칭이었다. 뮤지컬 스타에서 이젠 브라운관의 샛별로 떠오른 배우 조정석(32)의 이야기다. 1년 만에 그에게 새로운 애칭이 생겼다. 일명 ‘납뜩이’. 첫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맛깔스러운 감초 연기로 주인공 못지않은 인상을 남긴 조정석의 극 중 이름이다.

배우 조정석


1년 전, 뮤지컬 ‘헤드윅’의 주인공으로 그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주연급 톱 배우답지 않은 털털함과 소박함, 진정성이 느껴지는 배우라는 인상이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나 3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건축학개론’의 ‘납뜩이’이자 MBC 드라마 ‘더킹투하츠’의 왕실 근위 중대장 ‘은시경’으로 팬들의 스펙트럼을 넓힌 조정석과 다시 한번 이야기를 나눠 봤다. 그는 여전히 밝았고, 자신에게 쏟아지는 사랑과 관심에 바쁘지만,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뮤지컬 배우로 연기에 첫발을 들였지만, 사실 그의 오랜 꿈은 영화배우였다. 그리고 만난 그의 첫 영화 ‘건축학개론’은 그의 꿈을 실현해 준 작품이자, 300만 관객 동원 배우라는 수식어를 붙여 줬다. 그는 “사실 이렇게 관심을 많이 받을 줄 생각도 못했다.”고 했다. 또 “많은 분이 사랑해 주셔서 좋지만, 그보다도 정말 내가 도전해 보고 싶었던 영화와 드라마를 제대로 할 수 있어서 더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조정석은 여러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기분이 좋다.”라는 말을 많이 했다. 연일 드라마 촬영을 하는 중이라 쉬는 날 하루 없이 사생활도 없을 만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그만큼 배우로서 행복하단다.

영화 ‘건축학개론’ 개봉일과 드라마 ‘더킹투하츠’의 첫 방송 날짜는 하루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대중들은 거의 동시에 그가 출연한 두 개의 작품을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건축학개론’의 납뜩이와 ‘더킹투하츠’의 은시경이 “동일 인물 맞아?”라는 기사가 나올 정도로 그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 줬다. 외모는 물론, 각 캐릭터의 성격도 전혀 달랐다. “더킹투하츠 시작 2달 전에 이미 건축학개론 촬영이 끝난 상태였어요. 두 달 동안 은시경이란 인물을 잘 표현하기 위해 다이어트를 했고, 7㎏ 감량에 성공했죠. 체중 감량이 좋은 반응을 일으킨 것 같아요. 납뜩이와 은시경은 정반대의 인물이기 때문에 겉보기를 고치는 노력이 분명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배우 조정석


납뜩이와 은시경. 한쪽은 너무 까불이 캐릭터이고, 한쪽은 너무 진지하고 멋진 훈남 캐릭터다. 실제 조정석은 어느 쪽에 더 가까울까. 그는 “개인적으로 즐겁고 재미있는 걸 너무 좋아한다.”며 “납뜩이는 실제 나의 모습이 많이 오버랩된 인물이고, 은시경은 실제 내가 가진 진지함과 신중한 면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실 이런 질문 진짜 많이 받는데, 조정석은 납뜩이와 은시경의 중간이다. 그나마 좀 더 가깝다면…납뜩이?”라고 덧붙였다. ‘더킹투하츠’에서 요즘 그는 조선 황실의 공주 이재신(이윤지 역)과 러브라인을 형성하고 있다. 국왕 이재강(이승기)과 김향아(하지원 역) 러브라인 못지않게 대중들에게 응원받는 러브라인이다. 앞으로 이재신과 은시경의 러브라인의 방향에 대해 묻자 “그건 작가만 알아요.”라면서 웃었다. 그러면서도 “윤지씨가 너무 잘해 줘서 나는 윤지씨한테 얹혀가려고요. 내 바람은 러브라인이 잘됐으면 좋겠고, (추락사고로 마비상태인) 재신이의 다리도 기적적으로 고쳐져 (그녀가)번쩍 일어났으면 좋겠어요다.”라고 수줍게 말했다.

그는 드라마 촬영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촬영장 분위기가 훈훈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아요. 나는 ‘왓츠업’ 이후 ‘더킹투하츠’가 두 번째 드라마 촬영인데, 드라마를 많이 촬영한 하지원 선배나 이승기씨, 윤지씨를 비롯한 여러 선배들이 ‘더킹투하츠는 현장 분위기가 좋다.’는 말을 많이 하더라고요. 출연 배우들끼리도 친하게 지내서 좋아요”

‘건축학개론’과 ‘더킹투하츠’의 성공으로 최근 들어 드라마와 영화 제안이 많이 오고 있단다. ‘더킹투하츠’ 이후 새로운 영화에 투입될 가능성이 큰 상태라고. 장르를 불문해 뭐든 열심히 할 생각이지만 당분간은 뮤지컬 무대보다 드라마와 영화 쪽에 시간을 더 할애할 예정이란다. 하지만 무대를 그리워하는 팬들에게도 꼭 좋은 소식을 안겨 줄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매주 드라마를 통해 TV에 그의 얼굴이 나오게 되면서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바로 그의 어머니라고. 일흔이 넘은 그의 어머니는 요즘 주위 사람들에게 ‘막내아들 정석이’가 가장 큰 자랑거리란다. “어머니 호강시켜 드리는 게 나의 목표이자 꿈이에요. 그 꿈이 조금씩 실현되는 중이라 너무 좋습니다. 요즘은 정말 마냥 좋아요.”

배우 조정석, 공연계에선 일찌감치 실력을 검증받은 연기파 배우다. 어찌 보면 영화와 드라마에서의 그의 인기행진은 예정된 수순이었을지 모른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배우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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