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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기 많은 회귀물

①넷플릭스 ‘나만이 없는 거리’
어머니·친구와 밝은 기억 만들어
다양한 사건·세밀한 복선도 쾌감

②웨이브 ‘브러쉬 업 라이프’
인간으로 환생하려 현생 반복
주위 사람과 진정한 기쁨 찾아
①
최근 국내 드라마계에서 가장 유행하고 있는 장르를 뽑자면 회귀물이라 할 수 있다. 2022년 ‘재벌집 막내아들’의 대성공 이후 ‘어게인 마이 라이프’, ‘이재, 곧 죽습니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 등의 작품이 인기몰이를 하면서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 회귀물은 인생을 다시 살아가는 걸 주된 내용으로 삼는 장르다. 현재의 기억을 지니고 과거로 간 주인공이 과연 미래를 어떻게 바꿀지 흥미를 자극하며 몰입을 자아내는 것이 특징이다.

그렇다면 최근 국내에서 회귀물이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늘 추천하는 두 편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드라마를 통해 그 이유를 알아보고자 한다. 첫 번째 작품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나만이 없는 거리’다. 회귀물의 매력이라고 하면 단연 현재를 바꾸고 싶어 하는 주인공의 분투일 것이다. 삶이 힘들어질수록 다시 시작하고 싶은 인간의 욕구를 자극하는 회귀물은 더 높은 인기를 얻기 마련이다. 대리만족과 함께 희망을 전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 사토루 역시 현재를 바꾸기 위해 과거를 향하게 된다. 그는 어린 시절 반 친구 둘이 연쇄 유괴살인을 당한 경험을 지니고 있다. 이 기억을 잊기 위해 노력했지만 실패했고, 우울한 성격으로 성장해 사회적으로 실패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를 과거로 보내는 건 유괴살인 사건의 범인이다. 다시 나타난 그는 사토루의 어머니를 죽이고 그에게 죄를 뒤집어씌운다. 그리고 18년 전 초등학생 때로 돌아가게 된 사토루는 사건을 막기 위해 분투한다.

이 과정에서 도드라지는 회귀물이 지닌 강점은 기발하고 풍성한 플롯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n회차 인생 반복을 통해 한 명의 주인공이 다양한 사건을 경험하는 구성을 만들어 복합 장르를 구축할 수 있다. 더해서 세밀한 복선을 통해 감동이나 쾌감을 더욱 강하게 자아내는 힘도 보여 준다. 과거를 향한 사토루는 1회차에서는 가본 적 없던 미지의 영역을 만나게 된다.

강인한 어머니와 따뜻한 친구들을 경험하며 어둠으로 가득했던 유년 시절이 아닌 잊히고 싶지 않은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 간다. 이 소중한 기억은 18년 후로 돌아와 범인과 다시 맞서는 그에게 큰 힘이 돼 준다. 바뀐 과거로 인해 유괴사건의 피해자가 된 사토루를 위해 어머니와 친구들은 든든한 지원군으로 변신한다. 여기에 히키코모리와 아동학대라는 사회적 문제를 따뜻하게 녹여낸 점, 추리물과 타임루프물의 장르적인 재미를 놓치지 않는 점이 플롯의 완성도를 높이며 몰입을 자아내는 힘을 보여 준다.
②
다음 작품은 웨이브에서 관람할 수 있는 드라마 ‘브러쉬 업 라이프’다. 인생의 오점을 지우기 위해 복수, 인생 역전, 변신 등을 시도하는 주인공의 스펙터클한 삶이 너무 격렬하게 다가와 버거운 이들에게 안성맞춤인 잔잔한 ‘힐링 회귀물’이라 할 수 있다. 공무원 아사미는 어느 날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사후세계에서 그녀는 두 가지 선택권을 받게 된다. 개미핥기로 다시 태어나거나, 인간으로 환생할 만큼 덕을 쌓을 때까지 지금의 삶을 몇 번이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후자를 택한 아사미의 n회차 라이프를 보면 멀티버스라는 수많은 우주를 통해 한 사람의 인생을 보여 준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떠오른다. 회귀물은 멀티버스 속 수많은 자신처럼 선택에 따라 미래가 달라지는 우주를 보여 준다. 하지만 그 안에서 발견하는 진정한 행복은 가족, 친구, 연인 등 처음부터 내 옆에 있었지만 눈치채지 못한 것이었음을 일깨우며 감정적인 격화를 자아낸다.

아사미는 그 어떤 우주보다 깊은 자신의 마음을 바라본다. 그리고 무수한 인생의 갈림길 끝에 위치한 진정한 행복은 지금 곁에 있는 친구들뿐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한 바퀴 돌아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뜻의 회귀(回歸)처럼 과거에서 놓친 소중한 순간을 되찾아 현재를 다시 바라보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는 점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우리가 회귀물에 빠지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김준모 키노라이츠매거진 편집장
김준모 키노라이츠매거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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