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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8일 오후 6시 30분.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던 2PM의 리더 박재범은 돌연 미국 시애틀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연습생 시절 작성했던 글이 한국비하 발언으로 번졌고, 논란이 뜨거워지자 4일 만에 팀탈퇴를 선언하며 도망치듯 이 땅을 떠났다.

그 이후에도 박재범에 관한 소식은 가요계를 흔들었다. 사생활 문제, 영구제명, 소속사 변경 등 끊이지 않는 구설수와 잡음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대한민국은 박재범에게 환호를 보냈다가도 어느 순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화살을 쏘아댔다. 이쯤되면 머릿 속에 떠올리기도, 두 번 다시 가고 싶지도 않은 곳일 법했다. 그러나 박재범은 다시 돌아왔고, 한국행을 “숙명”이라고 표현했다.

솔로 음반으로 돌아온 박재범<br>사진제공=사이더스HQ
# 처음 알았던 한국, 시애틀로 돌려보낸 한국, 지금의 한국

박재범이 처음 알았던 한국은 어머니의 나라였다. 그래서 자신의 국적은 비록 미국이지만 어린 시절부터 한국을 동경해왔다. 그러나 2005년 열여덟 살의 나이에 처음 경험했던 한국은 생각과 많이 달랐다.

박재범은 “한국에 왔을 때 내가 이 곳 동료들과 다르게 생활했다는 것을 정말 많이 실감했다”며 “춤과 랩을 원래 좋아했기 때문에 즐기면서 하고 싶었는데 혼나면서 배워야하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그 상황이 너무 힘들었다”고 연습생 시절을 회상했다. 이어 “배우는 과정도 생각보다 다를 뿐더러 부모님과 떨어져 있어야 했고, 한국어 실력도 미흡해 의사소통도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그 무렵 작성했던 개인 블로그의 글이 4년 후, 큰 회오리로 돌아올 줄은 몰랐다. 문화적 차이에 혼란을 느낄 때쯤 “한국, 한국이 싫다. 돌아가고 싶다”고 친구에게 보낸 쪽지가 뒤늦게 세간에 널리 퍼지고 말았다. 2PM으로 한창 주가를 올리던 시기였기 때문에 파장은 더욱 컸다. 쪽지 내용대로 ‘한국을 떠나라’는 비난이 빗발쳤다. 결국 박재범은 논란 발생 4일 만에 짐을 싸고 시애틀로 건너갔다.

이에 대해 박재범은 “어렸고 바보 같아서 말을 모자라게 했다. (한국팬들이) 충분히 상처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점점 한국어 실력도 늘고, 음식도 좋고, 친구도 많아져서 너무 좋았는데 아쉬웠다. 부모님을 실망시켜드린 것 같아서 더 속상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다시 무대로 돌아오기까지 21개월이 걸렸다. 그리고 돌아온 이유에 대해 “숙명”이라고 답한 그의 앞에서 다시 한국땅을 밟기 싫지 않았냐는 물음은 우문이었다. 박재범은 “전혀 그런 것 없었다. 내 몸에 한국의 피가 흐르는 게 자랑스럽다”고 힘주어 말했다.

가수 박재범<br>사진제공=사이더스HQ
# “연락두절 2PM, 만나면 반가울 것!”

박재범은 손수 만든 노래와 음반을 들고 새출발을 알렸다. 솔로 첫 무대를 마친 박재범은 “무대에 오르는 일은 언제나 설렌다. 오랜 만에 방송국에 왔어도 전혀 어색한 기분이 없다”고 벅찬 소감을 전했다.

그러나 동고동락했던 여섯 멤버들은 이제 옆에 없었다. 그래서 박재범은 “혼자 무대를 꾸려가는 게 조금 부담스럽다”는 말로 아쉬움을 대변했다. 2PM 동료들과는 연락도 끊긴 상태다. “함께 활동시기가 맞물려 우연히라도 마주치게 되면 정말 반가울 것”이라고 기대하는 정도다. 팬들에게도 박재범에게도 2PM은 이렇게 추억의 한켠이 됐다.

그래서 이번 음반은 박재범에게 큰 전환점이다. 2PM의 전 멤버가 아니라 자신만의 색깔을 뽑아내야 할 차례다. 박재범은 멀리서 찾지 않았다. 7개 트랙이 담긴 미니앨범 ‘TAKE A DEEPER LOOK’의 전곡 작사 뿐만 아니라 앨범 전체 프로듀싱도 도맡아했다. 한 곡을 제외한 여섯 곡을 직접 작곡해 뮤지션으로서의 면모를 발휘하기도 했다.

그는 “단순한 아이돌 박재범이 아니라 나의 진짜 모습, 생활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특별하게 작곡 공부를 하지 않고 혼자서 느끼는대로 써내려갔다”고 설명했다. 타이틀곡 ‘어밴던드’를 완성하는 데엔 6개월이 걸렸지만 이후로 가속이 붙어 20여곡을 모았다. 이 중에는 다른 가수들에게 줄 곡들도 있다.

박재범은 “포부? 계획? 그런 거 세우지 않는다. 흘러가는대로 갈 뿐이다. 내가 좋아하는 춤, 랩, 힙합, R&B를 하면서 자연스럽고 솔직하게 살고 싶다. 그 감성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했으면 좋겠다”며 해맑게 웃었다.

shim@med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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