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는 이날 밤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단독 공연 도중 “내일모레 (빌보드) 차트가 나올 텐데 사실 저는 그 결과에 상관없이 지금도 굉장히 만족스러운 상태”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차트) 결과와 상관없이, 모레 (밤) 9시에 시청으로 오시면 제가 공연을 할 것”이라면서 “결과에 따라 제가 웃통을 벗게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어쨌든 공연은 한다”고 약속해 관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싸이는 앞서 지난 25일 열린 귀국 기자회견에서 “빌보드 차트 1위를 하면 시민들이 가장 많이 모일 수 있는 곳에서 웃통을 벗고 무료 공연을 하겠다”는 공약을 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싸이의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는 “싸이의 소개대로 4일 밤 9시 서울시청 앞에서 무료 공연을 할 예정이었지만 해당 시간대에 하이 서울 페스티벌이 열린다고 해 공연 시간을 10시로 한 시간 미뤘다”면서 “부득이한 사정으로 시간이 변경됐으니 팬들은 착오 없길 바란다”고 밝혔다.
싸이는 이날 공연에서 팬들에 대한 고마움도 전했다.
그는 “”제가 지금 빌보드 2위인데 모레 좋은 결과가 있을 수도, 제자리에 머물러 있을 수도, 순위가 떨어질 수도 있다”면서 “제가 왜 이 중요한 시기에 여기 와서 여러분과 함께 있냐면, 거기(미국)서 3주간 활동하면서 너무나 큰 성원과 응원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 가수 인생 사상 이렇게 큰 성원과 응원은 처음이다. 그래서 여러분과의 약속을 저버릴 수가 없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싸이는 “많은 분들이 더 좋은 결과를 얻고 싶어하시지만 사실 저는 여기까지 온 게 어디냐, 그렇게 생각한다”면서 “여러분이 현장에 와서 이렇게 열광해주는 게 가수한텐 정말 큰 상이다. 제게 빌보드보다 더 큰 영광은 관객”이라고 말했다.
싸이는 이 대목에서 목이 멘 듯 잠시 말을 멈췄고 관객들은 공연장이 떠나갈 듯한 함성과 박수로 격려했다.
싸이는 커뮤니티 사이트 ‘싸이월드’와 손잡고 마련한 이날 공연에서 ‘라이트 나우(Right Now)’를 시작으로 ‘새’ ‘연예인’ ‘챔피언’ ‘강남스타일’ 등 1-6집을 망라한 히트곡 퍼레이드를 선보이며 8천여 관객을 열광케 했다.
”올해로 데뷔 12년째를 맞은 가수,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12년 만에 전성기를 맞은 가수이자 12년 만에 남의 나라에서 신인 가수가 된 가수 싸이”라는 재치 있는 자기소개로 무대를 연 그는 수시로 “뛰어”를 외치며 분위기를 띄웠고 관객들은 공연 내내 싸이를 따라 펄쩍펄쩍 뛰며 축제 분위기를 만끽했다.
특히 싸이를 ‘월드 스타’로 만든 곡인 ‘강남스타일’의 차례가 되자 관객들은 일제히 ‘말춤’을 따라추며 즐거워했다.
공연의 백미는 앙코르 타임이었다.
싸이가 퇴장하고 윤복희의 ‘여러분’이 흘러나오자 관객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노래를 따라하기 시작했고 곧 웅장한 합창이 공연장을 메웠다.
관객들의 ‘떼창’에 이끌려 무대에 다시 등장한 싸이는 관객들에게 진심 어린 감사 인사를 전한 뒤 다시 뜨거운 무대를 이어갔다.
그는 “요즘은 정말 꿈꿔본 적도 없는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면서 “인기가 있어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감격해 했다.
이어 “11월 말에 미국에서 새 싱글을 내야 해서 곡을 쓰고 있는데 많이 부담된다. 하지만 지금처럼 계속 기대해주신다면 감당해보겠다”고 외쳐 관객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싸이는 또 “앞으로 해외에 가서 기회가 되고 여건이 된다면 한국 사람이 진짜 무대에서 잘 논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면서 “제가 하는 모든 건 김장훈 씨한테 배운 것이다. 김장훈 씨한테 배운 이 자랑스러운 기술력을, 단 한 방이 되더라도 반드시 보여주고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세 시간 가까이 진행된 공연은 ‘강남스타일’의 앙코르 무대로 마무리됐다.
무대 정리 시간에 ‘강남스타일’이 흘러나오자 출입구로 향하던 관객들은 다시 발길을 돌려 ‘강남스타일’을 열창하기 시작했고 결국 싸이도 다시 무대로 나왔다.
다시 한 번 ‘강남스타일’ 무대를 선보인 싸이는 자신의 본명인 ‘박재상’을 연호하는 관객들에게 “저를 저로 만들어줘 정말 고맙다”면서 마지막 곡으로 ‘세월이 가면’을 선사했다.
한편, 이날 공연에는 가수 성시경이 특별 손님으로 출연해 싸이와 함께 ‘뜨거운 안녕’을 부르기도 했다.
이날 공연장에서는 AP·AFP·로이터 통신 등 외신을 포함해 50여 개의 국내외 매체들이 열띤 취재 경쟁을 벌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