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쇼케이스 수익금 기부, 올여름 日투어… 韓밴드 선봬
일주일에 서너 번씩, 일 년에 200회 이상. 라이브에 목말라 그렇게 5년을 달려왔다. 장소와 상황은 재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대만 있으면 올라갔다. 공연장을 빌리는 비용이 많이 들어 작은 공연장을 하나 인수했다. 레이블도 만들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음악보다 돈, 비즈니스를 중요하게 여기는 자신을 느꼈다. 매너리즘에 빠져 한계에 부딪혔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 주기 힘들겠다는 느낌이 왔다. 악성 루머가 돌며 욕도 많이 들었다. 전화벨 소리가 겁날 정도였다.
“제 자신에게 실망을 많이 했어요. 음악은 즐거운 게 첫 번째인데, 두 번째가 됐더라고요. 옐로우 몬스터즈(옐몬) 3집을 만들 땐 보컬 녹음을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우울증이 심했죠. 제 하드웨어는 이미 가득 차 버렸는데 그걸 모르고 직진만 하고 있었던 거예요. 마음의 병을 심하게 앓고 나자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도전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죠.”
한국 펑크록의 간판 중 한 명인 이용원(36)의 이야기다. 옐몬을 이끌었던 그가 솔로 앨범 ‘밴쿠버’로 돌아왔다. 첫 밴드였던 검엑스 시절 자신의 존재를 알렸던 멜로딕 펑크를 들려준다. 검엑스는 풋풋했고, 옐몬이 거칠었다면 이번 앨범은 세련됐다. 경쾌하고 흥겹다. 얼핏 여유롭기도 하다.
물론 ‘스틸 비하인드’, ‘치즈 버거’, ‘라스트 앤드 포에버’, ‘포 유’에서 괴물의 흔적이 조금 남아 있기는 하다. 특유의 멜로디 라인은 더욱 유려해졌는데 노랫말은 그 어느 때보다 우울하다. 느릿느릿 여유로운 환경에 대한 절실함과 동경을 담아 앨범 제목을 캐나다 밴쿠버로 정했는데 표지는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진 얼굴을 담아 묘한 이질감을 준다.
“일기장같이 솔직한 앨범이에요. 누구를 미워한다기보다 제 자신을 돌아보며 노래를 썼어요. 그래서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에 대해 많이 이야기한 것 같아요. 처음엔 정식 발매를 할까 말까 고민했었는데 모두 내려놓고 만든 음반이라 팬들에게 들려주고 싶었어요. 군더더기를 빼고 기타, 베이스, 드럼으로만 단출하게 만들어 꽉 찬 사운드를 즐기던 옐몬 팬들에겐 낯설겠지만 다른 스타일의 다른 음악이라고 생각해 주면 좋겠습니다. 제 이름 석 자를 앞세웠으니 해체할 일도, 물러설 수도 없네요. 하하하.”
오는 26일 새 앨범 발매 쇼케이스 공연을 연다. 수익금 전액은 보육원에 전달한다. 이전에 어쿠스틱 공연 ‘포 칠드런’을 통해 해 오던 기부였는데 슬럼프에 빠지며 중단했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서다.
“음악으로 사회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인 것 같아요. 새 앨범은 의미 있게 시작하고 싶었죠. 쇼케이스 이후엔 단독 공연과 서너 밴드가 함께하는 기획 공연도 계획 중이에요. 물론 조금 더 여유를 갖고 무대에 오를 생각이에요.”
일본 프로모션도 나선다. 솔로 앨범 발매와 함께 오는 7~8월쯤 일본 5개 도시 투어를 펼칠 예정이다. 그는 특히 올드레코드 재팬 프로젝트에 심혈을 기울일 계획이다. 일본 후지TV 계열 음반사인 PCI(포니캐넌)와 손잡고 한국 록 밴드 100팀을 소개하는 프로젝트다. “저도 일본 활동을 해 봤지만 단발성 활동에는 한계가 있어요. 새로 나온 핫한 밴드보다 한국에서 꾸준히 활동해 온 국보급 밴드들을 한 팀, 한 팀 소개하며 K록 문화를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