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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1 27일밤 ‘다큐공감’

한라산의 남쪽 바다와 맞닿아 있는 제주도 서귀포시의 법환마을. 자연을 경외하면서 순응하고 때로는 거기에 당당히 맞서며 세파를 헤쳐 온 해녀들이 대대손손 이어지고 있는 곳이다.

27일 밤 10시 20분 KBS 1TV에서 방송되는 ‘다큐공감-해녀 할망의 숨비소리’ 편에서는 2010년부터 4년 동안 세밀하게 기록한 제주 해녀 할망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제주도 최남단의 법환마을은 약 400년 전 ‘현’씨 성을 가진 사람이 처음 정착하면서 마을을 이뤘다. 이곳에서는 오늘도 물질하는 해녀 할망들이 내쉬는 치열한 숨비소리가 들려온다.

현옥순(86) 할머니는 마을 최고령 해녀다. 상군(최고) 해녀로 불리며 수심 10m를 처음 넘나들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짠내 나는 바닷바람과 씨름하며 산 세월이 어느덧 70년이다.

바닷물 속에서 생사를 넘나들며 억척스럽게 물질을 해 온 현 할머니는 수만번의 자맥질을 하며 평생 터득한 삶의 이치를 담담히 들려준다. 변덕스러운 바다에 기대어 사는 고단한 삶이지만 해녀로 살아가는 한 오늘도 나와 내 가족의 안녕을 위해 ‘용왕할망’에게 ‘지’(용왕이 먹는 밥)를 올린다.

바다와 한평생을 함께한 여인들의 신산한 삶에는 굽이굽이 사연도 많다. 바닷물보다 더 짠 눈물을 흘렸고, 거센 파도보다 더 힘찬 몸짓으로 견뎠으며, 거친 바람 소리보다 더 가쁜 숨소리로 맞섰던 제주 바다. 제주도의 마지막 해녀들이 우리에게 전해 주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언제나 그랬듯 오늘도 제주 해녀들은 시퍼렇게 성난 파도에도 아랑곳없이 물질을 하러 나선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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