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토요일 오후 3시. 서울 을지로 한산한 뒷골목의 두세평 남짓한 공간에는 전국 곳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든다. 세상 모든 종류의 만년필을 고칠 수 있다는 곳, 바로 만년필 연구소다. 멀리 경북 포항에서 올라온 청년, 아버지의 유품을 들고 온 남자, 아이의 손을 잡고 온 아빠 등 모두들 하나같이 만년필에 담긴 추억과 사연들이 각별하고 애틋하다. 이들이 이 연구소를 찾는 이유는 단 한 가지. 만년필만이 가진 특별한 매력에 홀려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만년필의 매력은 뭘까. 어떤 매력이 있기에 디지털 시대에도 생명력을 잃지 않고 많은 사람들에게서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을까. 개성 넘치는 소통의 수단으로 만년필을 선택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획일성을 강요받는 디지털 시대에 어떻게 사는 삶이 가치 있는지를 한번쯤 돌아보게 된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