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나이로비에서 북동쪽으로 6시간 정도 달리면 도착하는 에메젠 마을에는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마을 곳곳을 다니며 신발을 고치는 나코리복(68) 할아버지가 있다. 마을이 작은 탓에 손님을 찾기가 쉽지 않아 허탕 치는 날이 대부분이다. 빈손으로 집에 돌아온 할아버지는 하루 종일 음식을 기다리는 막내 손녀 카리미(2)를 보고 미안해한다.
두 손녀 에밀리(15)와 조세핀(5)은 집에서 굶고 있을 할아버지와 동생이 걱정돼 학교에서 받은 급식을 꼭 집으로 가져온다. 제작진이 찾은 날도 이 급식이 하루 식사의 전부였다.
에밀리는 매일 10㎏이 넘는 물동이로 물을 떠 집까지 실어 나르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할아버지는 몸이 불편하고 동생들은 너무 어리기 때문에 집안일은 온전히 에밀리의 몫이다. 에밀리가 집에 돌아왔지만 할아버지는 기운을 차리지 못하고 침대에만 누워 있다. 그런 할아버지를 지켜보던 에밀리는 학교에 가는 대신 일을 구하러 집을 나선다. 할아버지가 일을 구하지 못하는 날에는 늘 이렇게 에밀리가 이웃에서 허드렛일을 하고 먹을 걸 구해 오곤 한다. 그런 에밀리를 바라보는 할아버지의 눈엔 미안함이 가득하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