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사태 큰 상처 드라마 볼 여유 없어 그래도 ‘희망’ 꿈꾸다
지상파 방송 3사가 16일 밤 10시 동시에 수목 드라마 선수를 교체하고 경쟁에 돌입한다. 최근 ‘최순실 게이트’에 국민들의 눈과 귀가 쏠려 상대적으로 드라마에 대한 주목도는 떨어진 상황. 드라마 관계자들은 “확실히 국민들에게 드라마를 볼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면서 화제성이 예전만 못하지만 이런 상황일수록 드라마를 보며 우울한 현실을 위로받고 싶은 시청자들도 있지 않겠느냐”고 밝히는 등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는 분위기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단연 SBS ‘푸른 바다의 전설’이다. 꺼져 가는 한류에 불을 지폈던 ‘별에서 온 그대’의 박지은 작가와 전지현이 또다시 의기투합해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다. 우리나라 최초의 야담집인 ‘어우야담’에 나오는 인어 이야기를 모티브로 바다에서 도시로 올라온 인어와 임기응변에 강한 천재 사기꾼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다. 제작사 측은 “조선시대 설화집 ‘어우야담’에는 실존 인물인 협곡현령이 어부로부터 어린 인어들을 구해 바다로 돌려보냈다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면서 “그중 한 인어가 어느 날 화려한 도시 속으로 하이힐을 신고 들어온다는 상상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별그대’에서 망가지는 톱스타 천송이 역으로 인기를 모았던 전지현이 이번에는 인어 역을 맡아 손으로 음식을 먹는 등 좌충우돌 육지 적응기로 초반에 주목을 끌 것으로 전망된다. 인어는 준재(이민호)를 통해 인간의 언어를 점차 배우게 된다. 전지현은 “천송이 역은 넘어야 할 벽이고 고민도 많았지만 박 작가와 호흡이 잘 맞는 만큼 연기에 자신감이 더 붙었다”며 “수중촬영 장면이 많은데 인어라는 신선하고 신비로운 캐릭터를 풀어 나가는 데 좋은 매개체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없는 사람 돈은 안 먹는 나름의 사기 철학을 지닌 사기꾼 역의 한류 스타 이민호가 자신으로부터 세상을 배워 나가는 인어와 펼치는 로맨스 연기도 관심을 끄는 대목 중 하나다. 진혁 감독은 “천송이가 능청스러웠다면 인어는 순수한 면이 더 강조됐다”면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을 새롭게 보는 인어를 통해 이 시대에 필요한 따뜻하면서도 슬픈 사랑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KBS ‘오 마이 금비’는 10살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 착한 드라마다. 삼류 사기꾼 휘철(오지호)은 어느 날 자신 앞에 나타난 아동 치매에 걸린 10살 딸 금비(허정은)를 돌보면서 진정한 인간으로 거듭난다. 제작진은 감상에 매몰되기보다는 유쾌하게 부성애와 가족애를 그린다는 계획이다. 연출을 맡은 김영조 PD는 “현대인들은 현실의 욕망이 넘쳐나고 남과의 비교 속에서 내가 누구인지 모른 채 살아가고 있다”며 “기억이 몇 개 없지만 그마저도 없어지는 10살 금비를 통해 우리가 살아온 인생이 무엇인지 함께 나눠 보고 싶다”고 말했다.
MBC ‘역도요정 김복주’는 10~20대 시청자들을 겨냥한 청춘 로맨스물이다. tvN ‘고교 처세왕’, ‘오 나의 귀신님’으로 인기를 모았던 양희승 작가의 신작으로 운동밖에 모르는 21살 역도 선수 김복주(이성경)에게 찾아온 첫사랑을 그린다. 한얼체대 2학년 여자 역도부 선수인 복주는 불의를 보면 못 참는 다혈질이지만 정도 많고 눈물도 많다. 하지만 역도 선수인 탓에 소개팅 한 번 못 해 본 그의 앞에 초등학교 동창인 같은 학교 수영부 선수 정준형(남주혁)이 나타나면서 로맨스가 펼쳐진다. 풋풋한 첫사랑의 감성을 자극하는 드라마로 독특한 여성 캐릭터가 얼마나 공감을 살 것인지가 관건이다. 제작진은 “치열한 청춘들의 성장 스토리를 통해 삼포 세대로 불리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