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생계를 위해 친구가 운영하는 역할 대행업체에서 일하는 연극 배우 출신 주인공이 한 살인 사건에 대한 목격자 노릇을 해 달라는 제안을 받아들인 뒤 맞닥뜨리게 되는 상황을 그린 작품이다. 그저 나쁜 놈 한 명을 잡는다는 생각으로 받아들였던 일인데 일은 설명을 들었던 것과는 달리 꼬이기 시작한다. 위기감을 느낀 주인공은 자신이 직접 살인 사건의 진실을 캐기 시작한다.
내용상 긴장의 고삐를 늦춰서는 안 되는 서스펜스물의 양태를 띠어야 하지만 정직하고 얌전한 연출의 연속이다. 깔끔하기는 한데 쫀득한 맛이 없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 영화의 긴장감은 주제 의식 자체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전에도 (불의를 보고도) 모르는 척했으니, 계속 모르는 척해도 되는 것인지,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야 하는 것인지 관객에게 화두를 던진다. 관객들이 어떤 결정을 마음에 품는지가 이 영화가 주는 묘미일 것으로 보인다. ‘어남류’의 잔향이 남아 있는 류준열이 깜짝 출연하는 재미는 덤이다. 분량이 많지 않은 조연으로 나오는데 치아 교정기를 낀 채 수다를 떠는 연기가 상당히 맛깔스럽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로 뜨기 전에 출연한 일련의 영화 가운데 하나다. 주연보다 더 깊은 인상을 남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듯. 청소년 관람불가.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