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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개봉 ‘스플릿’에서 도박 볼링꾼으로 변신… “흥행도 중요하다는 생각, 이제는 한답니다“

“좀 더 진지한 작가 영화를 선호하고 영화라는 게 뭘까 고민하며 작품을 선택해 왔는데, 이제는 흥행 또한 중요한 요소이고 관객이 봐 주지 않는 상업 영화는 제 기능을 잃은 거라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앞으론 관객들에게 더 친숙하게 가까이 다가가려고요.”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굿와이프’에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아내까지 이용하는 검사를 연기해 ‘쓰랑꾼’(쓰레기 사랑꾼)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유지태는 차기작인 영화 ‘꾼’에서 다시 두 얼굴의 검사를 연기한다.<br>연합뉴스
배우 겸 감독 유지태(40)는 마음가짐이 조금 달라졌다고 했다. 그는 9일 개봉하는 ‘스플릿’에서 자동차 사고로 모든 것을 잃은 천재 볼링 선수 철중을 연기한다. 지금껏 캐릭터 중에서 가장 헐렁하다. 시쳇말로 제대로 망가진다. 남루한 옷차림은 기본. 정리정돈은 그의 사전에 없는 단어다. 험상궂은 욕설도 입에 물고 산다. 김밥에 막걸리를 곁들이는 취향 또한 희한하다. 밑바닥을 전전하던 철중은 자폐 증세가 있는 영훈(이다윗)을 만나고, 우스꽝스러운 자세에도 볼링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치는 영훈을 내기볼링으로 끌어들인다. 대체로 폴 뉴먼 주연의 ‘허슬러’(1961), 더스틴 호프먼·톰 크루즈 주연의 ‘레인맨’(1988) 등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좀처럼 해 보지 않은 캐릭터인데 어색하지 않은 스타일을 찾으려고 노력했지요. 연기는 더 못되게 하고 싶었어요. 그런 캐릭터가 변했을 때 감정의 진폭이 더 클 거라 생각했거든요. 저도 그렇지만 관객들은 절제하는 연기를 좋아하는 편인데, 이번 작품은 오락 영화니까 자유분방하고 넉살 좋은 연기가 유리하지 않을까 싶었죠. ‘킹핀’에서의 우디 해럴슨 연기를 많이 참고했어요.”

인기에 견줘 흥행작이 많지는 않다. ‘주유소 습격사건’(1999), ‘동감’(2000), ‘봄날은 간다’(2001)를 거쳐 ‘올드보이’(2003)에서 정점을 찍은 게 최고 326만명. 그즈음부터 될 것 같은 상업 영화보다 작품성 위주의 중·저예산 작품을 골라 왔다. 그런 그가 자신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게 된 것은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된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2014)가 참담한 실패를 맛보면서다. 동료 배우 김효진과 결혼해 세 살 아들을 두고 있는 그에게 가장으로서의 책임감도 작용했냐고 물었더니 껄껄 웃는다.

“가장의 책임을 다하려고 노력 많이 해요. 일 년도 쉬지 않고 달리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꼭 그것 때문이라고 하면 어폐가 있어요. 궁극적으로 제가 하고 싶은 연기, 제가 만들고 싶은 영화를 계속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그는 직접 시나리오를 쓴 단편 세 편을 연출, 제작하며 시동을 걸다가 ‘마이 라띠마’(2012)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했다. 최근에도 2년간 공들여 ‘안따이’라는 시나리오를 탈고했다. 조선족 말로 아내라는 뜻이다. 멜로드라마에 가깝다고 한다. 그는 배우와 감독 사이에서 밸런스를 잡기 위해 노력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감독을 하더라도 배우로서 영향력이 있을 때가 유리하다는 생각이다. 연출에만 전념해 균형이 무너지는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 한다고. “배우 때는 감독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기 위해 100% 능력을 발휘하려고 해요. 감독 때는 배우들과 융화하려고 노력하죠. 에너지가 강한 배우들은 영감을 주거든요. 배우 덕택에 시나리오를 완전히 다시 쓰는 경우도 있어요. ‘마이 라띠마’가 그랬죠.”

작품에서 결이 느껴지는 감독이 되고 싶다는 그는 배우 겸 감독의 롤모델로 존 카사베츠와 기타노 다케시를 꼽았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꼽을 것 같았는데 의외로 다가왔다. “이스트우드는 대형 스튜디오 시스템에서 시작했지만 카사베츠 등은 저예산 독립 영화에서 출발했어요. 우리 영화 시장 규모와 비교해 보면 당연한 결론이죠.”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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