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우먼 정선희(36)에게 이경실(44)이란 이런 사람이 아닐까. 현재 SBSE!TV ‘이경실 정선희의 철퍼덕 하우스’에서 찰떡궁합을 자랑하고 있는 두 사람은 눈빛만 봐도 통하는. 부부보다 더 질긴 인연을 맺고 있는 듯하다. 서로의 등을 다독여주며 과거의 상처를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얘기할 수 있는 ‘유일한 친구’로 막강 여성 MC 파워를 자랑하고 있다. 연예계를 대표하는 ‘산전수전 공중전 커플’로 불릴 만큼 아픔과 시련이 많았지만. 두 사람은 각각 그 존재만으로도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돼왔다. 이경실. 정선희 두 사람의 애정보다 더 깊은 우정을 옆에서 지켜봤다.
#장면 1 “우리 선희가요. 지금 라디오 끝나고 바로 오는 중이야… 밥도 못 먹을 거야.”
‘이경실 정선희의 철퍼덕 하우스’의 촬영지인 용인의 한 아파트. 먼저 도착한 이경실은 동생 정선희가 예상보다 늦게 도착하자 먼저 양해를 구했다. 제대로 밥도 못 먹었을 정선희와 스태프들을 위해 김밥 등 음식을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정신없이 바쁜 것도 잠시. 눈을 맞춘 두 사람은 금세 밀린 얘기들을 늘어놨다.
-두 사람이 함께 호흡을 맞추는 게 정말 오랜만입니다. 특히 정선희씨는 더 반가웠다고나 할까요.
정선희(이하 정) : 옛날 생각은 안하려고요. 부담갖지 않고 편하게 마음 먹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보이는 것에 신경을 쓰면 방송을 제대로 할 수 없으니까요. 경실 언니랑은 이전에 KBS2 ‘여걸파이브’에서도 호흡이 잘 맞았어요. 언니는 한걸음 물러나 내가 마음껏 놀 수 있도록 해주죠. 서로 눈짓하면서 둘만이 할 수 있는 개그가 있거든요. 경실 언니는 ‘사공’ 같아요. 앞에서 저를 이끌어주면서도 뒤떨어지지 않게 잡아줘요.
이경실(이하 이) : ‘우리가 그때도 이렇게 편했지?’라는 얘기를 자주 해요. 유달리 선희랑 호흡이 잘 맞는 것 같아요. 탁구아시죠? 탁구하듯 주거니 받거니 하는 개그코드가 참 잘 맞아요.
-이경실씨가 정선희씨를 얼마나 끔찍하게 챙기는 줄 아시죠? 정선희씨 복귀하는 날 지인들에게 ‘우리 선희 잘 봐주세요’라고 문자 메시지도 보냈는데요.
정 : 알죠. 지난해 연말 SBS ‘좋은 아침’에 첫 출연할 때였어요. 언니가 기도를 부탁했다고 하는 거예요. 재미있었던 것은 언니가 신앙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됐거든요. 그런데 저보고 ‘나름 기도발 센사람 골라서 부탁했다’고 말해주더라고요. 얼마나 귀엽던지.(웃음) 경실 언니는 진심을 바탕으로 기동성과 카리스마를 동시에 갖춘 사람이죠.
#장면 2 “아~ 정말 이 언니. 어쩌면 말이 쏙쏙 들어맞는지. 덕분에 당황하지 않을 수 있었죠.”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고. 어쩔수 없이 방송을 하차해야 했다. 그 후의 방송복귀에는 순서가 있다. 앞서 경험한 이경실은 그 과정들에 대해 정선희에게 차근차근 설명했다. 지금에야 라디오도 하고 케이블 방송도 하고 있지만. 한때 집에만 우두커니있던 정선희에게 이경실이 해준 조언들은 냉정했다. 정선희는 “에이~ 설마”라고 반신반의했지만 이경실의 예언들이 귀신처럼 맞아들기 시작한 어느날. “아! 이런거구나. 그래도 다행이야. 마음의 준비를 했어”라며 혼잣말을 되뇔 수 밖에 없었다.
-두 사람에게 서로 가장 고마웠을 때가 있을 텐데요.
정 : 가장 뜨거울 때의 온도를 기억해요. 힘든 일을 겪었을 때 슬픔도. 위로도 뜨거웠죠. 점점 주위 사람들의 사랑. 애정이 식어가던 때 제가 그 온도를 체감하지 못했다면 정말 힘들었을 거예요. 언니가 늘 말했어요. “아마 제작진이 시청자보다 널 먼저 외면할 거다”라고요. 처음엔 믿지 못했죠. 왜. 그거 있잖아요. 결혼한 사람이 ‘너는 절대 결혼하지 마’하고 말리는 느낌이랄까? 이해를 못하면서도 마음의 준비는 해뒀어요. 다행히 저를 외면하는 시선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죠. 덕분에 상처를 덜 받았어요.
이 : 넌 다행인줄 알아. 내가 먼저 경험한 걸 다 알려주잖아. 선희는 방송을 읽는 사람이에요. 사실 집에서 쉬는 동안에는 모니터를 안하게 되요. 나만 도태된 것 같고 내가 저기에 합류하지 못하는 것 같아 속상하니까요. 그런데 선희는 속은 상할지언정 방송을 보더라고요. 감각을 잊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었어요. 기특하고 고맙죠.
정 : 사실 볼 시간이 남아돌아서 다 봤어요.(웃음) 사실 처음엔 못 봤어요. TV를 본 다는 것 자체가 힘들었으니까. 그러다 보니 동물 나오는 게 제일 편하더라고요. 하하하. 내셔널지오그래픽 같은 게 최고죠. 그런데 사람이 밝아지지 않으니깐 ‘돌아가는 길이 힘들구나’라는 것을 느꼈어요. 감을 잃지 않는게 가장 중요했고요.
-방송 외에 두 분이서 같이 하는 것이 있을 텐데요. 이경실씨는 특히 사우나를 좋아해서….
이 : 아. 정말. 선희 얘는 내가 목욕만 하자고 해도 기겁을 해요. 은둔생활을 한거예요. (정선희에게) 야! 사람들이 너 사우나 간다고 욕안해. 좀 다녀! 넌 때도 못 밀어?
정 : 근데 난 아직 사우나 못가요. 극장가서 영화본 게 ‘아바타’가 처음이예요. 나는 죄를 지었다고 생각을 안하지만.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을 안하는 것 같아서요. 그냥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 자체가 싫어서 행동을 조심해요. 대신 얼마전 부터 필라테스를 시작했어요.
이 : 에잇! 더 당당하게 다녀라!
정 : 내년부터 갈게요. 언니.
이 : 야! 때가 층을 쌓겠다. 작년에도 내년이라고 하더니.
#장면 3 “고맙다!” “나도.”
웃고 떠들며 한시간이 훌쩍 지났다. 그 사이 서로의 상처를 후벼팔 수 있는 말들도 우스갯소리로 오가고 나니. 정선희를 바라보는 시각이 더 편해졌다. 이경실의 말대로 ‘정선희’하면 떠올리게 되는 편견들이 오히려 그의 방송복귀를 막고있는 것이었다.
-너무 늦은 질문이지만 현재의 모습. 방송하며 활동하는 것 괜찮죠?
정 : 이젠 일이라는 생각을 하니까 괜찮아요. 사생활 면에는 여전히 조심스럽죠. 사생활로는 내 아바타가 없어요. 방송은 집에 온 것 같아 편해요. 사적으로는 회복단계라 누가 사적으로 얘기하자고 하면 아직까지는 힘들어요. 앞으로 차차 내 모습을 보여줄 거예요.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 텐데요.
이 : 선희가 너무 조심하는 게 마음 아파요. 막말로 이젠 조심해도 욕을 먹죠. 하지만 잘할 땐 어떻게 해도 잘 한다고 해요. 선희야! 이젠 사람들이랑 어울여야해. 널 모르는 사람들과도 얘기를 할 수 있어야해. 난 아직도 사우나 가면 사람들이 루머 물어보는 것에 대해 다 대답해줘. 아니라고. 예전엔 나도 말하기 싫었지만. 그 사람이 밖에 나가 얘기하면 그 것이 두 사람. 세사람이 되거든.(웃음) 너 아픈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한테도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해져야해.
정 : 난 얘기 안해요. 귀찮고…. 경실 언니는 자신을 스스로 컨트롤하는 힘이 강해서 걱정이 없죠. 그런데 가끔 서로가 필요할 때가 있잖아요? 언니는 (내 힘이 필요하더라도) 미안해서 (제게) 전화를 안해요. 언니랑 저랑 의지하는 성격이 아니거든요. 언니. 밤늦게라도 저한테 전화하세요. 아! 그리고 언니가 사우나 자주 안했으면 좋겠어요. 모공 늘어나잖아요.(웃음)
◈ 정선희 “성형한 것 아니에요!”
“사진 예쁘게 찍어 주세요.”
이경실과 달리 정선희는 유달리 사진에 신경을 썼다. 아무래도 방송복귀 때 한참 나돌던 성형설 때문인 듯했다. 정선희는 자신이 DJ를 맡은 라디오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올라온 사진 한장 때문에 곤욕을 치러야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 ‘성형을 했다’ ‘안했다’로 설전이 벌어졌다.
정선희는 “내가 돈이 어디있겠어요. 하하하. 주름제거 협찬은 들어온 적 있어요. 사실 그때 홈페이지 사진이 잘 나온거죠. 포샵처리를 살짝 했었거든요. 그런데 논란 때문에 다시 사진을 찍었어요. 사람들이 나에게 많은 것을 원하는 것 같았어요. ‘이젠 예뻐지지도 못하나?’라는 생각도 들었죠”라고 말했다. 이어 “아마도 화장안한 타조같은 얼굴. 장례식 사진만 보다가 예쁜 사진을 봐서 다들 놀라셨나봐요. 결혼식 때 사진 보세요. 내가 얼마나 예뻤는데”라며 웃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이경실이 “그래! 그때 너 정말 예뻤다”며 “이제 다시 예전 모습 찾아야지”라며 등을 토닥였다.
남혜연기자 whice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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