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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지만 낯선. 의외의 캐스팅과 의외의 캐릭터가 보는 이들의 허를 찌르고 있다.



지난 6일 제작발표회를 통해 홍보의 첫걸음을 뗀 새 영화 ‘방자전’(김대우 감독)은 우리에게 익숙한 고전 ‘춘향전’의 내용을 변주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캐스팅마저도 선입견을 뛰어넘었다. 단정하고 지적인 매력을 자랑하는 김주혁(38)이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는 ‘방자’로. 야생마처럼 자유분방해 보이는 류승범(30)은 출세를 위해 사랑을 이용하는 ‘이몽룡’으로 각각 출연한다. ‘춘향과 몽룡이 사랑할 때 방자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라는 궁금증에서 시작해 ‘방자’가 ‘춘향’의 숨겨진 연인이었다는 설정으로 줄거리가 진행된다.



이같은 캐스팅 조합은 배우 본인들에게도 다소 낯설었던 모양이다. 류승범은 제작발표회에서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출연 제의가 잘못 들어온 줄 알았다(웃음)”고 밝혔다. 근육질 몸매로 변신한 김주혁은 “얇은 의상이 싫어 비천한 신분으로 출연하는 사극은 여름에만 출연할 생각”이라고 익살을 떨었다.

파격적인 캐스팅은 안방극장에서 먼저 시작됐다. KBS2 ‘신데렐라 언니’가 대표적인 예다.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눈물이 뚝뚝 흐를 것 같은 순한 눈동자의 문근영(23)이 따뜻한 내면을 결코 드러내려 하지 않는 ‘은조’로. 도발적인 이목구비의 서우(25)가 언제나 사랑을 갈구하는 ‘효선’으로 각각 출연해 연기력을 과시하고 있다.

MBC ‘동이’는 기존에 잘 알려졌던 역사속 인물들을 새롭게 해석하고 있다. 우유부단하고 특히 여성들앞에서는 속수무책인 캐릭터로 자주 다뤄졌던 ‘숙종’은 지진희(39)에 의해 백성들의 실제 삶을 궁금해하고 관찰하기를 즐겨하는 장난꾸러기 통치자로 그려지고 있다. 표독스러운 ‘요부’로 익숙한 ‘장희빈’ 역시 이소연(28)이 맡아 이전과 달리 현명하고 부드러우며 지략이 넘치는 여장부로 표현하고 있다.

이처럼 상식을 뛰어넘는(?) 캐스팅에 대해 김대우 감독은 “금기를 다루려고 하다 보니 기존에 익숙한 이야기를 새롭게 변주하고 캐스팅까지도 보는 이들의 상상을 허락하지 않는 전복을 꾀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성준기자 whe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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