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정우(32)의 1년은 길었다. 영화 ‘추격자’의 드림팀 나홍진 감독. 배우 김윤석과 함께 지난해 12월 ‘황해’의 첫 촬영을 시작한지 꼭 1년 만인 오는 22일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오랜 촬영은 기다림의 시간과 함께 작품에 대해 몰두할 시간도 선물했다. 그래서인지 하정우는 “‘황해’ 밖의 현실 세계 적응이 어렵다. 아직 어색하다. 이 땟국물을 빼려고 매일 열심히 조깅을 하고 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무표정한 모습으로 가슴을 오싹하게 만드는 ‘추격자’의 살인마 ‘지영민’에 이어 눈물의 감동스토리를 만들어낸 ‘국가대표’의 ‘차헌태’로 변신했던 그는 다시 독한 모습으로 스크린에 선다. 생계를 위해. 소식이 없는 아내를 찾기 위해 살인을 하려다 오히려 범죄자로 몰려 쫓기게 되는 구남 역을 맡았다. 이번에는 또 얼마나 달라졌으며. 어떻게 다른 그림을 그려냈을지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는 배우 하정우를 만나 그동안의 얘기를 들었다.

오랜 기간이었죠. 한 인물로 너무 오랜 시간 발버둥쳐서 그런지. 촬영이 다 끝났다는 말을 듣고도 믿겨지지가 않았어요. 너무 오랫동안 무장해제하고 찍었다고 할까요. 쉼없이 달리다가 멈춘듯한 느낌도 있었고. 덕분에 주변을 돌아볼 시간이 많았어요. (촬영이) 길어지고 늘어질수록 오히려 여유있게 지냈어요. 틈틈이 필리핀. 일본. 중국 등 여행도 다녔고. ‘슈퍼스타K 2’는 모두 ‘본방사수’했어요. 하하.
- 촬영 끝낸 기념으로 뭔가 했나?
울산에서 마지막 촬영하던 날이었어요. 새벽에 끝났는데.바로 (김)윤석이형이랑 고래고기에 막걸이 먹으러 갔어요. 윤석이형은 그날 촬영이 없었는데. 마지막 촬영이라고 현장에 오셨거든요. 입맛이 변했나? 울산이라는 장소도 특별했지만. 그날은 꼭 고래고기가 먹고싶더라구요.(웃음)
- 이번에는 쫓고 쫓기는 역할이 바뀌었다.
윤석이형이 도망가고 제가 쫓죠. 다른 영화니까. 영화 공개되면 이전의 ‘추격자’는 떠올리지 않으실걸요. 윤석이형 캐릭터는 극적이고 흥미를 갖게 하죠.
- ‘추격자’의 감독에다 두 주연배우가 그대로 나온다. 느낌이 남달랐을 것 같다.
요즘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다음에 또 이 팀과 영화할 거냐’라는 거예요. 이제는 ‘노코멘트’라고 말하려고요. 하하. 뻔한 말을 하자면 ‘작품 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라고 할 거고요. 우리는 ‘정’으로 뭉친 팀워크죠. 감독님하고는 스스럼 없이 소통할 수 있게 됐고. 윤석이형은 이제 친척형 같아요.
- 여자친구 구은애를 당당히 공개했으니 질문을 안할 수가 없다. 결혼 예정은?
여자친구 공개 뒤에 다른데 갔을 때 주위사람들이 ‘여자친구 있잖아’라면서 말도 못 붙이게 하더라고요. 하하. 그런 것에 대한 불편함이 살짝 있죠. 농담이고. 잘 지내고 있어요. 집도 근처라 자주 만나고. 여자친구 나이(24)가 어려서 결혼은 아직이에요. 그래도 미래에 대해 함께 상의하기도 해요.
- 남동생(차현우)도 연기자로 데뷔 했다.
그 친구는… 남처럼 들리나요? 하하. 같이 살고있습니다. 연극무대를 거쳐 이제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했죠. 잘 할 거라고 믿어요. 뒤에서 보이지 않게 응원하고 있어요.
- 촬영하면서 ‘마작’에 눈을 떴다는 얘기가 있다.
극중 역할 때문이에요.(웃음) 촬영 시작하기 전에 마작 트레이닝을 받았는데. 이게 너무 재밌더라고요. 하루에 7~8시간씩 할 정도였고. 나중에는 제작사 사무실에서 자장면 시켜먹으면서 했죠. 촬영 전에는 일부러 분위기 보기 위해 연변 여행을 갔는데. 주위를 살펴본뒤 바로 11시간 동안 마작을 했어요.
- 최근 작품에서는 대부분 남자배우들 하고 함께 했다. 러브신 담긴 작품은 피하나?
저도 여자 배우들하고 연기하고 싶어요. 하하. 당연히 나쁘지 않죠. 시나리오들이 가끔 들어왔는데. 썩 내키지 않았던 부분도 있었어요. 요즘은 ‘의뢰인’ 촬영 준비 하고 있어요. 이 작품도 박희순. 장혁 형 등 형들하고 찍어요. 머리가 짧아서 빨리 자라게 해준다는 기능성 샴푸를 쓰고 있는데 괜찮은데요? 머리가 쑥쑥 자라고 있어요.
- 촬영 사이사이 그림도 좀 그렸나?
그림을 그리면 뭔가 치유가 되는 부분이 있어요. 해소. 시원함. 기분좋은 두통? 이렇게 표현하면 될까요?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황해 시리즈’가 생겼어요. 스태프들과 술 마시는 것도 한 두 번이잖아요.하하. 그래서 영화 세트장을 뜯어서 그 위에 7점 정도 그림을 그렸죠.
- 그림 실력도 상당하다던데 전문 작가로 나서도 되겠다.
쉬면서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서 나가야 할 길도 생각해 봤어요. 정말 진지하게요. 내년에 미술대학원 진학도 할 거고… 미술계 많은 지인도 생겼어요. 원래 이달에 개인전 열려고 했는데. 영화 개봉과 촬영 때문에 미뤘어요.
- 앞으로 계획은.
‘의뢰인’ 촬영하면서 보내야죠! 이후에는 전계수 감독의 ‘러브픽션’이 있고요. 어쩌다 보니 영화만 하게 됐네요. 일단 개봉 잘 하고 다른 거 생각해 볼랍니다.
남혜연기자 whice1@sportsseoul.com
사진 | 최승섭 기자 thunde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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