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팝 시장 전문가인 테드 정(Ted Chung·35) 스탬피드 매니지먼트 대표는 이처럼 한국 가수들의 미국 시장 성공 가능성을 낙관했다.
한국계 미국인인 그는 아시아계 멤버들로 구성된 미국 힙합 그룹 파 이스트 무브먼트(Far East Movement)를 발굴한 것으로 유명하다.
현재는 파 이스트 무브먼트를 비롯해 스눕 독(Snoop Dogg), DJ 퀵 등 세계적인 뮤지션들의 매니지먼트를 대행하며, 영화·광고 음악 제작 및 마케팅에도 관여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2012 코리안 아메리칸 인 할리우드 멘토 세미나’ 참석차 한국을 찾은 그를 16일 소공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음반 제작자로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뮤지션의 작곡 능력과 퍼포먼스 실력”이라면서 “파 이스트 무브먼트의 경우 두 가지를 모두 갖췄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2005년쯤이었나, 내 생일 파티에 온 (파 이스트 무브먼트) 멤버들을 만났어요. 매우 젊은 친구들이었지만 노래를 들어보니 실력이 보통이 아니었죠. 작곡도, 퍼포먼스도 잘하더군요. 성공을 예감했습니다.”
정 대표의 ‘예감’은 들어맞았다. 제이 스플리프(정재원), 프로그레스(노지환) 등 한국계 두 명을 포함한 4명의 아시아계 미국인으로 구성된 파 이스트 무브먼트는 2010년 싱글 ‘라이크 어 지식스(Like A G6)’로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오르며 세계적인 스타로 떠올랐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멤버들이 항상 노력을 했다는 겁니다. 뛰어난 실력을 갖췄지만 한순간도 자만하지 않았어요. 곡도 꾸준히 썼죠. 그 성실성이 파 이스트 무브먼트의 성공을 이끌었다고 생각합니다.”
’강남스타일’로 한국은 물론, 미국 등 해외시장에서도 인기를 끈 가수 싸이의 성공 비결은 뭐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일단 타이밍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넷의 발달로 전 세계 사람들이 싸이의 뮤직비디오를 볼 수 있었으니까요. 세계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재밌는 비디오를 만들어 인터넷으로 유통하는 게 매우 중요한데 싸이는 그 부분에서 성공을 거뒀죠. 뮤직비디오를 보고 흥미를 느낀 사람들이 노래를 찾아 듣게 되고, 그게 라디오 방송 횟수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빌보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된 거죠.”
그는 “요즘 젊은 세대들은 영상에 민감하다”면서 팝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좋은 음악만큼이나 ‘비디오’도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싸이가 ‘강남스타일’ 이후로도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거라 예상하는지 묻자 그는 “’강남스타일’만으로도 한동안 유명세를 누릴 것”이라며 웃은 뒤 “아직 후속곡을 듣지 못한 상태니 성패를 가늠하긴 이르다”는 신중한 답변을 내놨다.
’제2의 싸이’를 꿈꾸는 한국 가수들을 향해서는 “좋은 음악과 비디오를 함께 선보인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면서 “쉬지 않고 콘텐츠를 발표하다 보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뮤지션들에게 제가 늘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콘텐츠를 자기 혼자만 간직하지 말라는 것이죠. 끊임없이 발표해야 합니다. 파 이스트 무브먼트도 데뷔 전부터 믹스 테이프와 뮤직 비디오를 엄청나게 많이 제작해 인터넷에 무료로 공개했거든요. 이러다 보면 팬들이 하나둘씩 늘어나는데, 나중에 정규 앨범을 내면 이때 다져진 팬층이 큰 힘이 됩니다.”
정 대표는 “현재 미국 팝 시장을 지배하는 트렌드는 크게 두 가지”라면서 “대중적인 댄스 음악이거나, 아니면 아예 아티스트 고유의 성향이 짙은 음악이 사랑받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후자의 경우 TV나 라디오 같은 전통적인 매체보다는 인터넷에서 반향이 크죠. 한국 가수들도 이 시장을 노려볼만합니다. 인터넷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은 새로운 문화를 배우는 데 무척 관심이 많거든요.”
그는 “미국에선 최근 아시아와 아프리카 팝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다. ‘새로운 문화’에 대한 대중의 욕구가 높기 때문”이라면서 “한국 가수들도 이 기회를 잘 살린다면 팝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