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이언맨’ 시리즈를 연이어 흥행시키며 국내에서도 두꺼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할리우드 스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오는 23일 개봉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져스2’(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를 들고 세 번째 방한한 그는 17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시종 여유가 넘쳤다.
“한국은 ‘아이언맨’이 국제무대에서 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해 준 소중한 곳이죠. 크리스 에번스가 한국에서 촬영했다고 해서 부러웠어요.” 그는 “지난번 한국 방문 때 ‘강남 스타일’의 춤을 추기 전에 바지 지퍼가 내려갔었던 일을 잊을 수 없다. 이번에는 한국 팬들과 더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며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1편에 이어 3년 만에 선보이는 ‘어벤져스2’는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토르(크리스 헴스워스), 헐크(마크 러팔로),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번스), 블랙 위도(스칼릿 조핸슨) 등 전편에 등장했던 캐릭터들이 다시 뭉쳐 인공지능과 무한복제 능력을 지닌 울트론과 인류의 미래를 건 한판 대결을 벌인다는 내용이다.
‘어벤져스2’가 관심을 모으는 것은 지난해 3~4월 16일 동안 한국에서 촬영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기자회견에 앞서 공개된 30분 분량의 푸티지 영상에서는 서울 강남대로 일부와 상암동 DMC 월드컵 북로가 등장했다. 스칼릿 조핸슨이 오토바이를 타고 강남대로와 강남역 뒷골목을 아슬아슬하게 누비는 장면에서 한글 분식집 간판 등이 비쳤다. 상암동 DMC 누리꿈 스퀘어 상공에는 어벤져스 군단의 전투기가 나타나고, 세빛섬은 유전공학 연구가 이뤄지는 연구소로 꾸며졌다. 또한 한국 여배우 수현이 닥터 헬렌 조 역할로 한국어는 물론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장면들도 인상적이다.
지난해 서울 촬영에 참여해 화제를 모았던 크리스 에번스는 “한국 팬들은 열정적이고 감정 표현을 잘해서 내가 마치 비틀스의 일원이 된 것 같았다. 이번이 세 번째 방한인데 고향에 온 것 같다”면서 친근감을 표했다. 조스 웨던 감독은 “한국 여배우 오디션에서 수현을 캐스팅했는데 그게 영화의 시작이었다”면서 “액션 자체도 중요하지만 전편에 비해 캐릭터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어벤져스3’를 연출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이번 작품이 마지막일 것 같다”는 말로 후속편의 연출 가능성을 부인했다. 이 말에 옆에 있던 마크 러팔로가 슬퍼서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제스처를 해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슈퍼모델 출신인 수현은 마블(제작사)의 신데렐라가 되어 이날 할리우드 스타들과 나란히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러팔로는 수현에 대해 “키가 커서 늘 우러러보게 되는 배우”라고 농담하며 친숙한 모습을 보였다. 영화의 국내 개봉은 미국(5월 1일)에서보다 1주일 빠르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