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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에 위축 안 돼…멋지게 살다 쿨하게 죽을 것”강남스타일 동상서 기념사진…“싸이 음악, 사람 행복하게 한다”

리엄 갤러거(45)에게는 ‘오아시스’라는 후광이 따라다닌다. 형인 노엘과의 불화로 2009년 해체됐지만 그는 여전히 오아시스 시절 노래를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으며, 팬들은 리엄의 노래와 자유분방한 발언을 사랑한다.

22일 강남의 한 호텔에서 리엄 갤러거를 만났다.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미국의 록 밴드 푸 파이터스, 한국의 록 밴드 모노톤즈와 함께하는 공연 ‘리브 포에버 롱’(LIVE FOREVER LONG)을 앞둔 그는 편안해 보였다.

최근 한반도의 긴장상황이 걱정되진 않았을까. 이를 우려한 미국의 팝스타 리처드 막스는 6월 내한공연을 취소했고 아리아나 그란데는 체류 7시간 만에 후다닥 한국을 떠났다.

그러나 갤러거는 특유의 무심한 표정으로 “북한 김정은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가 더 걱정”이라며 어깨를 으쓱했다.

다음은 갤러거와의 일문일답.

--북한 이슈 때문에 한국에서 공연하는 게 두렵지 않았나.

▲ 북한 이슈야 국제뉴스로 매일 접한다. 사실 개인적으로 북한보다 미국이 더 걱정이다. 김정은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지만 도널드 트럼프는 어떤 사람인지 보이지 않느냐.

난 해야 할 일이 있고 가야 할 곳이 있다. 두려워하면 아무것도 못 한다. 길에서 교통사고가 나서 죽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 뉴스에 나오는 무서운 일들은 ‘프로파간다’같다. 기왕 그럴 바에야 멋지게 살다가 쿨하게 죽겠다.

--아리아나 그란데의 5월 영국 맨체스터 콘서트 도중 테러가 발생했다. 그래서인지 최근 한국공연에서 짧은 시간만 머물고 떠나 논란이 됐다.

▲ 가수들이 보안에 신경 쓰는 걸 비난할 수는 없다. 음악을 사랑하는 팬들이 목숨을 잃는 걸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그러나 나는 테러가 절대 두렵지 않다. 이슬람국가(IS) 따위 신경 쓰지 않겠다. 보안을 철저히 해서 좋은 공연을 하면 된다.

--그런 자세는 ‘저항의 음악’인 로큰롤 정신에서 나온 것인가.

▲ 아니. 살면 사는 거고 죽으면 죽는 거고. 음악적 영향이라기보다 난 원래 이랬다.

--오늘 아침에 싸이의 ‘강남스타일 말춤’ 조형물 앞에 다녀왔더라.

▲ 만나본 적은 없지만 싸이의 노래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한다. 아침에 강남스타일 동상 앞에서 말춤을 추고 있었는데, 경비 아저씨가 갑자기 다가왔다. 처음엔 나를 쏘려는 줄 알았다. 알고 보니 아저씨가 ‘춤추려면 제대로 추라’면서 동작을 알려주려고 온 것이길래, 배워서 왔다. 봉은사랑 근처 학교까지 갔다가 길을 잃어버려서 겸사겸사 서울을 산책했다.

--리엄 갤러거의 동상이 만들어진다면 어떤 모습이면 좋겠나?

▲ 기왕 만들 거 왜 ‘동’(銅)으로 만드냐. 금이나 플래티늄이면 좋겠다. 내가 직접 만들 수는 없고, 누가 만들어준다면 마다치 않겠다.

--어제 한국 입국 과정에서 공항에 팬들이 많이 몰렸다. 괜찮았나.

▲ 열정적으로 환호해줘서 좋았다. 사실 그런 반응은 한국에서만 처음이 아니다. 어디서든 문만 열면 있던 일이라 고향에 온 것처럼 포근했다. 혹시 환호하라고 기획사에서 고용한 사람들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웃음)

--지난 19∼20일 일본 음악 페스티벌 ‘서머소닉’은 어땠나.

▲ 좋았다. 박수도 나오고 떼창도 부르고. 그런데 일본 관객들은 상당히 조용하고 예의 바르더라. 내 노래 분위기에는 서로 침 튀기고 오물도 투척하고 서로 밀치는 게 더 어울린다.

--5년 전 내한공연을 했었다. 한국 팬들에 대한 기억은 어떤가.

▲ 펑키하고 열정적이고 미쳐있었다. 영국을 벗어나면 그런 모습을 찾기 힘든데 한국이 꼭 그랬다. 특히 스코틀랜드에서는 관객들이 컵에 오줌을 눈 다음 뿌려대서 공연할 때 지린내가 진동한다. 예전에는 록스타가 우아한 직업이었는데 내가 이런 거까지 겪어가며 돈을 벌어야 하나 생각한 적도 있다. (웃으면서 한숨) 이번 공연에서는 한국 관객들이 오줌만 안 뿌렸으면 좋겠다.

--10월 6일 나오는 첫 솔로앨범 ‘애즈 유 워’(AS YOU WERE)에 대해 말해달라

▲ 사실 옛날에는 솔로보다 밴드가 훨씬 재미있다고 생각했지만, 어쨌든 솔로앨범은 나오게 됐다. 좋은 기타연주와 좋은 멜로디, 좋은 가사로 만든 좋은 음악이다. 음악스타일이 바뀌진 않았다. 꼭 스타일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지 않는다.

--요즘 월드투어에서 부르는 노래 중에는 오아시스 시절 음악이 많더라.

▲ 그렇다고 오아시스 시절을 지나치게 그리워하고 회상한다는 뜻은 아니다. 난 오아시스 출신이고 사람들은 그때 노래를 기대한다. 내가 새 노래만 불렀다간 ‘쟤 왜 저러지?’하고 의아해할 것이다.

예전에 오아시스 노래는 싹 빼고 새 노래만으로 공연했더니, 관객 하나가 와서 엉엉 울더라. ‘네 공연에 오려고 뼈 빠지게 일해서 표를 샀는데 왜 오아시스 노래를 안 부르냐’고 말하면서. 그 얘기를 듣고 보니 내가 존재하는 건 이 사람들 덕분인데, 그들이 원하는 걸 안 해선 안 된다고 느꼈다.

--한국 팬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 오늘 밤 소리 지르고 과격하게 즐겨보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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