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파월 장병이 묻혀 있는 사병 묘역에 묻어 달라.” 현충원 설립 사상 처음으로 장군 묘역을 마다하고 병사들 곁에 잠든 고 채명신 장군.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 언제나 부하들과 함께한 사령관이었던 그의 마지막 소원은 죽어서도 사병들과 함께하는 것이었다. 세상을 떠난 후에도 현충원에는 그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3일 밤 10시 20분 KBS 1TV에서 방송되는 다큐 공감 ‘우리 시대의 군인, 채명신’ 편은 그의 묘를 찾는 사람들을 통해 고인의 진면목을 되짚어 본다.
맹호부대 주둔지였던 베트남 중부 퀴논 지역에는 지금도 한국인 채명신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 베트남전 당시 16세 나이로 한국군 관사에서 일했던 탄도 그중 한 사람이다. 정이 많았던 채명신 사령관은 당시 베트남 사람들을 돕는 데 앞장섰다고 한다. 적과 민간인을 구분하기 힘들었던 상황에서도 그가 이끄는 한국군은 가난한 사람들을 돕고, 가족처럼 지내면서 베트남 사람들의 마음을 얻었다.
베트남전에서 그는 초기 맹호사단장으로, 그 후 주월 한국군사령관으로 작전을 지휘하며 한국군의 독자적 작전지휘권을 확보했다. 베트남 양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며 민심을 확보하는 전략 전술을 펼쳤던 그는 100명의 베트콩을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한 명의 양민을 구한다는 신념을 잊지 않았다.
“그대들 여기 있기에 조국이 있다.” 그의 묘비명에는 한순간도 잊지 않았던 그의 군인 정신이 담겨 있다. 참전 용사에서부터 생전에 만나 본 적이 없는 사람들까지…. 오늘도 제각각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고인의 빛나는 정신을 잊지 못해 묘지를 찾는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