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작품에서 단역으로 출연했던 배우 신준영씨는 건장한 체격과 우락부락한 표정으로 주로 악역을 맡아 왔다. 그러나 그의 무서운 표정 뒤에는 외롭고 서러운 눈물이 감춰져 있다. 그에게 상처를 준 사람은 바로 아버지다. 부모님의 이혼 후 여덟 살 때부터 함께 살게 된 새어머니의 차별과 무관심은 그를 방황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해병대 출신에 상이군경 회원인 아버지는 툭하면 매를 드는 무서운 존재였다. 10일 밤 10시 45분 방송되는 EBS ‘대한민국 화해 프로젝트 용서’는 그와 아버지가 단 둘이 떠난 베트남 여행을 카메라에 담았다.
신씨는 어린 시절부터 여동생을 데리고 집 밖을 떠돌았다. 아버지는 그가 고등학교 3학년이 될 때까지 수시로 때렸다. 눈칫밥을 먹으며 성장한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에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된 지금까지도 그 상처가 남아 있다.
집에 들어가기가 싫어 친구네 집을 전전하던 고등학교 시절 연극을 시작한 그는 연극영화과에 진학하려는 꿈을 키웠다. 그러나 전기기술자였던 아버지가 강제로 직업훈련소에 그를 등록해 버렸다. 직업훈련소에서 6개월 만에 뛰쳐나온 그는 단돈 3000원을 들고 서울로 향한 후부터 아버지와 연락을 끊었다.
하지만 아버지에게도 그에게 못다 한 말이 있다. 해병대 출신으로 맞으면서 배우는 게 익숙했던 아버지였고, 월남전에 참전했다가 부상을 당한 아버지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키웠다는 것이다. 상처투성이인 그들은 베트남 격전지 다낭에서 서로의 아픔을 끌어안고 상처를 치유하려 한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