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오르기 전, 예의를 갖추고 정성을 다해 입산제를 지낸다. 안전한 산행을 기원하는 의식이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곳, 험준하고 가파른 돌산을 오르는 일은 산행 경력 30년 이상 된 약초꾼들에게도 긴장되는 일이다. 위험이 도사리는 산에 오르는 건, 풍부한 약초와 귀한 산삼이 어디선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희망 때문이다.
9일 밤 10시 45분에 방송되는 EBS ‘극한직업’은 약초꾼의 산행을 좇는다. 여름 산에는 약초와 버섯이 넉넉히 자라 있고, 산삼도 많이 자생하고 있어 약초꾼들이 많이 찾는다. 하지만 뱀과 꼬마쌍살벌, 밀렵꾼이 설치한 올무까지 그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혼자 다니면 이런 위험에 처해도 구조받을 길이 없어 약초꾼들은 3~5명씩 팀을 짜서 다닌다. 큰 수확이 없어 낙심한 이들에게 산은 상황버섯이라는 귀한 약초를 내주었다. 하지만 기쁜 마음도 잠시, 한 약초꾼이 꼬마쌍살벌에 쏘였다. 말벌과 비슷한 크기인 2~2.5㎝짜리 쌍살벌은 극심한 고통을 안긴다. 설상가상으로 깊은 산속에서 갑자기 비까지 쏟아지면서 산행이 중단됐다.
며칠 후 다시 산행에 오른 약초꾼들은 이번에는 산삼이 있다는 산으로 발길을 옮겼다. 산행 초반부터 산삼을 만날 징조라는 뱀을 보고는 약초꾼들의 마음이 더욱 들떴다. 계곡물까지 말라 버린 무더위에 산행이 더욱 힘겹게만 느껴지는 순간 저 멀리서 반가운 소리가 들린다. “심 봤다”는 외침에 모두 한 곳으로 달려가는 약초꾼들. 그토록 기다리던 산삼이 그들 눈앞에 나타날까. 하늘이 내려준 사람에게만 허락된다는 산삼을 찾는 사람들을 따라가 본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