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미국식 각본과 한국적 상황의 부조화다. 크리미널 마인드는 미국 CBS 방송국에서 2005년 처음 시작해 올해 시즌 13이 나올 정도로 인기를 끈 드라마다. 양윤호 감독이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잘해도 욕먹겠더라”고 우려한 대로 뛰어난 원작의 무게에 짓눌려 창의적인 재해석에 실패했다.
프로파일링(범죄유형 심리분석)으로 연쇄살인사건을 해결해 나간다는 설정과 등장인물 대부분을 원작 그대로 가져와 한국적 배경에 대입하다 보니 공감을 얻기 어려웠다. 예컨대 총기 소지가 자유롭지 않은 국내에서 매 장면마다 권총이 수시로 등장하는 모습은 우리 시청자들에게는 낯설게 보일 뿐이다. 또한 원작에서 실제 사건을 토대로 과학적 분석으로 치밀하게 사건을 전개하는 등 긴장감을 주던 것과 달리 한국판에선 범죄 수법만 잔혹해졌을 뿐 추리와 논리는 빈약해졌다.
원작을 답습했지만, 캐릭터에 대한 특징도 살리지 못했다. 특히 톡톡 튀는 패션으로 시선을 끌면서도 중요 정보를 속속 찾아내는 감초 같은 역할의 페넬로페 가르시아는 한국판에서 나나황이라는 인물로 재현됐는데 외형만 화려할 뿐 개성은 사라졌다. 아이큐 187의 최연소 심리데이터 분석요원 이한 역할도 스펜서 리드 박사의 캐릭터를 가져온 것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데 중요한 인물이지만 한국판에서는 존재감이 미미하다. “미국 얘기를 한국이라는 장소에서 한국 배우가 연기할 뿐 새로운 점도 없고 어색하다” “번역투의 대사와 상명하복식의 한국 문화가 극적 몰입을 방해한다”는 등의 깐깐한 시청자 평이 쏟아졌다.
리메이크라고 해서 무조건 한국 정서에 맞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앞서 지난해 tvN에서 리메이크한 전도연 주연의 ‘굿와이프’는 최고 시청률 6.2%를 기록하며 호평을 받기도 했다.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는 “리메이크도 재창작인 만큼 문화적 상황에 맞는 재해석이 필요한데 (크리미널 마인드의 경우) 원작을 그대로 옮겨놓은 데 그친 것 같다”면서 “원작이 유명한 작품일수록 ‘왜 리메이크를 하는가’에 대한 해답, 즉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드라마적 요소들이 고려됐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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