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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릉동 살인사건 정당방위 인정’
경찰이 공릉동 살인사건을 정당방위에 의한 살인으로 인정했다. 수사기관이 살인 피의자에게 정당방위를 인정한 것은 1990년 이후 25년 만이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한밤 중 자택에 침입해 예비신부를 살해하고, 자신까지 살해하려던 군인 장모씨를 상대로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집주인 양모씨에 대해 정당방위를 적용해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고 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양씨는 9월 24일 오전 5시 30분께 공릉동에 위치한 자신의 자택에 침입한 장 상병과 격투 끝에 흉기를 빼앗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9월24일 휴가를 나온 장씨는 오전 5시28분쯤 만취한 상태로 노원구 공릉동 소재 양씨의 집에 들어가 잠을 자고 있던 양씨의 동거녀이자 예비신부 박모씨를 수 차례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이를 저지하려던 양씨마저 살해하려다 양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경찰은 “양씨가 당시 예비신부가 흉기에 찔린 모습을 목격한 직후 자신도 흉기로 위협당하다 이마와 손에 상처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정당방위의 제1 요건인 자신과 타인의 법익에 대한 부당한 침해를 받은 경우로 인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양씨가 장 상병을 흉기로 찌르는 행위 외에 당장 닥친 위험을 제거할 다른 방법을 찾을 여유가 없었다는 점이 사회 통념상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박씨와 장 상병이 아는 사이는 아닌지, 양씨가 장 상병이 침입하기 전에 박씨를 살해한 것은 아닌지 등 일각에서 제기됐던 의혹들에 대해서는 디지털 증거 분석과 부검 등을 통해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했다고 선을 그었다.
또 경찰은 양씨의 행동이 정당방위의 범위를 넘어섰다고 하더라도 양씨가 살해 위협으로 인해 심각한 공포와 흥분을 느꼈던 것으로 보여 처벌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장씨가 느닷없이 양씨의 집에 들어가 박씨를 살해한 이유에 대해 우발적 범행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장씨가 박씨를 살해했다고 보는 근거로는 먼저 장씨와 박씨 사이에 직접적인 접촉이 있었고, 흉기와 숨진 박씨의 손톱에서 장씨의 DNA가 발견됐으며 박씨와 장씨의 손에서 동일한 섬유(이불 등) 미세증거가 발견된 점을 근거로 들었다. 박씨의 손에서는 양씨의 DNA가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경찰은 장씨가 박씨를 살해하고 양씨까지 해치려 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결론냈지만 장씨가 현장에서 사망해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했다.
이번 사례는 1990년 경북 지역에서 애인을 추행한 사람을 격투 끝에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남성이 정당방위를 인정받은 이후 25년 만에 경찰이 살인에 대한 정당방위 결론을 내린 것이다.
사진=MBC 방송캡처
뉴스팀 seoule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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