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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두증 바이러스

소두증을 유발하는 지카 바이러스 확산에 전 세계가 비상에 걸렸다.

지난해 7월 브라질 동북부 사우바도르에 있는 바이아 연방대학 산부인과 교수인 마뇨엘 사르노는 뭔가 심각하게 잘못되고 있다고 느꼈다. 단 2주 동안 신생아 4명에게 소두증(小頭症) 진단을 내린 것. 소두증은 그가 1년에 대여섯 건 정도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증상이었다.

이후 사르노 교수는 70건 넘는 소두증을 진단했고, 브라질 북동부를 중심으로 전국에서 4000건 넘는 의심 사례가 나타났다. 브라질 보건부는 27일(현지시간) 지난 23일까지 의심 사례 4180건이 보고됐다고 발표했다.

이 중 68명이 사망했고 12명이 소두증 때문에 사망한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보통 신생아 2만 명당 한 명꼴로 나타나는 소두증은 브라질에서 2014년 147건, 2013년 167건, 2012년 175건이 보고됐다. 20배 이상 그 숫자가 늘어난 것.

희귀 증상이 창궐하는 모순된 상황에 브라질은 패닉에 빠졌고 일부 지역에선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브라질 보건당국은 소두증 급증의 원인을 지카 바이러스(Zika Virus)로 보고 있다.

둘의 연관성을 100% 확신할 수는 없지만 다른 원인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가장 유력하다는 것. 리우데자네이루 연방대학의 바이러스 연구진은 BBC에 “브라질은 서아프리카의 에볼라 사태와 유사한 위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생아 소두증(小頭症)을 유발할 수 있는 ‘지카(Zika) 바이러스’의 빠른 확산을 막기 위한 대책을 논의하고자 다음 달 1일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마거릿 찬 사무총장은 28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에서 “지난해 지카 바이러스가 미주대륙에서 발견된 이후 전 세계 23개 국가에서 발생 사례가 보고되는 등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국제보건규정에 따라 지카 바이러스 대책 긴급위원회를 2월 1일 소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긴급 위원회는 지카 바이러스 발생에 따라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할지와 WHO가 바이러스 발생 지역에 어떤 조치를 할 것인지 등을 결정해 WHO에 권고할 예정이다.

찬 총장은 “지카 바이러스는 그동안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적도 지역에 주로 발생했다. 지난 2007년 태평양 미크로네시아, 2013∼2014년 태평양 4개 도서 국가에서 발생하면서 점차 지역을 넓혀가고 있고 뎅기열과 비슷하지만 정확하게 이해하기 어려운 독특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집트 숲 모기’가 옮기는 지카 바이러스는 1947년 우간다의 지카 숲에 사는 붉은털원숭이에게서 처음 발견됐다.

아직 감염에 따른 사망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지만 신생아 소두증의 원인으로 의심받고 있다. 소두증은 신생아의 두뇌가 충분히 성장하지 못한 채 작은 뇌와 머리를 작고 태어나는 뇌 손상이다.

이와 관련해 찬 총장은 “아직 지카 바이러스와 소두증 신생아 출생 그리고 (급성으로 말초신경, 척수, 뇌신경 등의 파괴로 마비가 발생하는) ‘길랑바레’ 증후군 간의 관계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럴 개연성이 높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현재 브라질 등 남미 대륙에 이어 미국, 아시아, 유럽 등에서도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가 속출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비상이 걸린 상태다.

WHO 미주지역 본부(PAHO)는 과거 뎅기열에 걸린 사례를 고려할 때 미주대륙의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가 내년까지 300만∼400만 명에 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WHO 미주지역 본부의 실바인 알리히에리 전염병 대응팀 팀장은 아직 지카 바이러스에 면역력이 있는 사람이 거의 없고 모기가 넓게 퍼져 있는데다 감염되더라도 아픈 증상이 별로 나타나지 않아 조용하게 확산하고 있다는 사실을 거론하면서 이같이 추정했다.

이어 열린 기자회견에서 브루스 에일워드 WHO 사무차장은 중국에서 지카 바이러스가 발생할 가능성에 관한 질문에 “매개체인 모기가 있고 뎅기열이 발생했던 나라에서는 어느 곳이든 지카 바이러스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WHO는 특히 지카 바이러스가 백신이나 특별한 치료법, 신속 진단 테스트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주의가 더욱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모기의 분포를 볼 때 국제적으로 더 확산할 가능성이 크고 아직 면역력을 가진 인구가 적다는 점도 우려 사항이다.

더구나 올해는 엘니뇨 현상으로 여러 지역에서 모기 개체 수가 급격하게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편 보건당국이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을 법정감염병으로 지정했다.

29일 보건복지부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선제적 대응을 위해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을 제4군 법정감염병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제4군 법정감염병은 국내에서 새롭게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감염병 또는 국내 유입이 우려되는 해외 유입 감염병을 말한다.

제4군 전염병에는 페스트와 황열, 뎅기열,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신종인플루엔자,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등이 포함돼 있다.

복지부는 “브라질에서 우리나라로 일주일에 600명 정도가 들어온다”며 “여행객 유입, 확산 추세 등을 고려해 법정감염병 지정을 서두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정감염병 지정에 따라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나 의심환자를 진료한 의료진은 관할 보건소에 즉시 신고해야 한다.

만약 환자가 37.5℃ 이상의 발열 또는 발진과 함께 관절통, 근육통, 결막염, 두통 등의 증상을 하나 이상 동반한다면 신고 대상에 해당한다.

또, 증상이 시작되기 2주 이내에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이 발생한 국가를 여행한 이력이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질병관리본부는 지카 바이러스 발생 상황에 맞춰 대책반을 운영하고 있으며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감염학회 등을 중심으로 한 자문단을 구성한 상태다.

소두증 바이러스

사진=뉴스 캡처(소두증 바이러스)

뉴스팀 seoule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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